[로터리] 파발마서 드론·AI로봇으로

조해근 우정사업본부장


한국의 바둑기사 이세돌 9단과 구글이 개발한 인공지능(AI) 프로그램인 ‘알파고’가 2016년 서울에서 벌인 ‘세기의 바둑 대결’에 전 세계가 주목했다. 인간과 AI의 기상천외한 대결이라는 점에서 집중 조명을 받았다. 바둑 대결 이후 세계 곳곳에서 AI 열풍이 불었다.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전자·정보기술(IT) 전시회 ‘CES 2024’의 주인공도 단연 AI였다. 이에 앞서 AI 챗봇인 ‘챗GPT’의 탄생은 새로운 AI 솔루션 사용의 출발점이었다. 지난해 한국행정연구원이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공무원의 23.4%는 ‘챗GPT를 업무에 활용한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미활용자 83.2% 또한 ‘향후 활용할 의사가 있다’고 답할 정도로 공직 사회에서 AI의 영향력은 점차 커지고 있다.


물류·금융 업계에서도 AI 기술을 접목한 디지털 혁신의 물결이 빠르게 퍼지고 있다. 주문 즉시 새벽·당일 배송을 할 수 있는 것도 AI와 정보통신기술(ICT)·로봇을 접목한 풀필먼트 전략이 있기에 가능하다. 이러한 기술을 세계 우정에서도 앞다퉈 도입하고 있다. 독일 우정은 2025년까지 디지털 혁신에 20억 유로(약 2조 7000억 원)를 투자하는 전략을 수립했고 일본 우정은 텔레매틱스 기술을 우편물의 배달 순로와 배달 구역 재설정 등에 활용하고 있다. 급격한 우편물 감소에 대응한 생산성 향상을 위해 첨단기술 활용에 박차를 가하는 것이다.


한국 우정도 업무 전반에 디지털 혁신을 접목해 서비스 품질과 생산성 향상을 도모한다. 특히 기쁜 소식, 슬픈 소식, 반가운 소식 등 우리 삶의 ‘희로애락’을 전하는 우편물 배달 체계를 스마트하게 변모시키고 있다. 1884년 근대적 우편 제도 시행 이후 우편물 배달에 도보와 말·차량 등을 이용했다면 최근에는 전기자동차가 사용된다. 2022년에는 충남 보령시 원산도에서 우편물을 싣고 육지를 출발한 드론이 국내 최초로 섬 2곳에 연달아 배송하는 다지점 배달에 성공하기도 했다. 우체국 창구는 디지털 신기술과 비대면 화상 상담을 결합한 유·무인 복합점포로 구현되고 있다. 현재 걸음마 수준이지만 AI 기술을 접목한 기술 개발이 이뤄지고 있어 ‘똑똑하게’ 변모할 예정이다. 또 물류 현장의 환경 개선을 위해 ‘낱소포 하차 자동화 로봇’의 시제품도 제작이 완료돼 실증을 위한 첫걸음을 뗐다. 이와 함께 고위험 장비의 고장과 사고 발생을 사전에 예측해 사고를 예방하는 ‘안전관리 시스템’도 마련한다. 맞춤형 초개인화 금융 서비스인 ‘마이데이터 서비스’와 ‘디지털 헬스케어 서비스’도 올해 안에 선보일 계획이다.


우체국은 140여 년 동안 국민들의 사랑을 기반으로 편리함과 안전함, 친숙함의 가치를 고이 간직하고 있다. 전국 방방곡곡 사람과 사람 사이의 감정과 소식을 전하면서 온 세상을 연결하는 것이다. 이제는 우체국이 아날로그 감성의 따뜻한 ‘몸’에 디지털 혁신이라는 세련된 ‘옷’을 입고 멋지게 태어나 보려 한다. 누구나 쉽게 말하는 AI와 디지털 혁신이 아니라 국민과 고객이 우체국의 진정성을 느낄 수 있고 누구도 소외되지 않은 따뜻한 혁신을 추구할 것을 다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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