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호품을 받으려던 팔레스타인 민간인들이 100명 이상 사망하며 충격을 안긴 가운데 10일 이슬람 금식 성월 라마단을 앞두고 진행 중이던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휴전 및 인질 협상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중재자로 나선 미국은 “이스라엘은 기본적으로 동의했다”며 하마스만 동의하면 당장 휴전이 이뤄질 수 있다고 강조하지만 대규모 사상자를 낸 ‘구호 트럭 참사’가 가뜩이나 민감한 휴전 협상을 안갯속으로 빠뜨렸다는 우려가 나온다.
2일(현지 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미국 고위 당국자는 전화 브리핑을 통해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의 임시 휴전 제안을 기본적으로 수용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하마스가 다친 사람과 노약자 등 취약한 인질들의 석방을 수용한다면 가자지구는 오늘부터 당장 6주 동안의 휴전이 이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의 말을 종합하면 협상안은 이미 테이블에 올라와 있고 이스라엘은 기본적으로 여기에 서명했으며 이제 ‘공은 하마스에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미국의 자신만만한 모습과 달리 휴전까지는 아직 넘어야 할 장애물이 많다는 관측이 나온다. 우선 이스라엘과 하마스는 구체적인 합의안을 아직 도출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양측은 40일간의 휴전과 이스라엘 인질 1명당 팔레스타인 보안 사범 10명을 풀어주는 내용의 협상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지만 전쟁 종식 시기와 가자지구 내 병력 철수 등에 관해서는 합의를 이루지 못했다. 3일 이집트 카이로에서 추가 협상이 열릴 수 있지만 이견이 좁혀질지는 미지수다.
지난달 29일 가자지구에 도착한 구호 물품 트럭에서 민간인 수백 명이 죽거나 다친 구호 트럭 참사도 임시 휴전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 이스라엘은 이번 참사가 ‘인파로 발생한 압사와 교통사고’라고 해명했지만 하마스를 포함한 국제사회는 이스라엘군의 무분별한 발포에서 원인을 찾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하마스가 참사 다음 날인 1일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에서 벌인 군사작전으로 사망한 인질이 70명을 넘어섰다는 발표를 한 것도 휴전 협상의 셈법을 꼬아놓았다. 하마스의 발표가 사실이라면 이스라엘이 추정한 인질 사망자 수보다 2배 이상 많아져 협상 윤곽이 크게 달라질 수 있어서다. 이스라엘은 지난해 10월 7일 하마스의 공습으로 1200명이 사망하고 군인·민간인 등 약 240명이 인질로 잡혔다고 밝힌 바 있다. 이 중 일부 외국인을 포함한 100명 이상이 11월 말 석방됐으니 130여 명의 인질이 남았을 것으로 추정됐지만 70여 명이 이미 사망했다면 남은 인질은 60여 명에 그치는 셈이다. 구해야 할 인질이 줄어든 상황에서 “완전한 승리를 위해 계속 싸울 것”이라는 이스라엘의 입장이 더 강경해질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다만 이번 구호 트럭 참사로 이스라엘에 대한 국제사회의 여론이 더욱 싸늘해진 것은 휴전에 긍정적인 신호로 해석된다. 특히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가자지구에 더 많은 지원을 허용하지 않았던 이스라엘에 대해 “변명의 여지가 없다”고 비판하며 항공 물품 지원에 나선 것은 의미심장한 변화다. 미국은 지난 수개월 동안 가자지구에 더 많은 원조를 허용할 것을 요구해왔지만 줄곧 거부당해왔다. 이스라엘에 대한 미국의 영향력이 제한적이라는 비판과 함께 미국 유권자들 사이에서 ‘전쟁 종식’을 위해 더 많은 노력을 해야 한다는 요구가 거세지고 있는 것도 바이든 대통령을 움직이게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