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나 쇼크', 20년만의 재습격… 저렴한 중국산, 글로벌 디스인플레行

'G2' 기술수준 오르고 가격경쟁력 그대로
각국, 중국 견제하며 제조업 투자 경쟁
글로벌 생산량 급증에 물가 하락 이어져
"2000년대 초보다 근본적 차원서 우려"

1일(현지 시간) 중국 남부 광시좡족자치구 친저우 항구에 컨테이너들이 배에 실리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중국이 내수 부진을 수출 증대로 만회하려 하면서 2000년대 초에 이어 값싼 중국산 제품이 전 세계 시장을 뒤덮는 ‘차이나 쇼크’가 다시 찾아오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과거와 달리 중국이 세계 경제 ‘G2’ 수준으로 성장한 데다 자동차, 반도체 등 첨단 산업에 투자한 비중도 높기 때문에 2000년대 초와는 양상이 다른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3일(현지 시간) “중국 기업들이 정부 주도의 저리 대출에 힘입어 내수에서 감당 못할 물량으로 자동차·기계·전자제품을 생산해 해외 시장을 가득 채우고 있다”고 진단했다. 1990년대 후반에서 2000년대 초반의 1차 차이나쇼크 때는 값싼 중국 제품이 쏟아져 나오면서 각국의 인플레이션을 낮추는 역할을 했다. 대신에 각국의 제조업체들은 중국산 제품과의 가격경쟁에서 밀려 타격을 받았다.


세월이 흐른 지금도 중국 상품이 가격 면에서 상당한 매력이라는 점은 미국으로 수입되는 각국 상품의 가격 변동 폭에서 볼 수 있다. 지난 1월 기준 미국에 수입된 중국산 제품의 수입물가는 전년동기대비 2.893% 낮다. 같은 미국의 최대 수입국인 멕시코산이 3.035% 높아진 것을 비롯해 일본(1.383%), 유럽연합(1.683%)로 모두 증가세를 보인 것과 비교하면 상당한 경쟁력이다.


토마스 개틀리 게이브컬드래고노믹스 중국 전략가는 “중국이 세계 물가에 미치는 영향은 디스인플레이션(물가상승 둔화) 쪽으로 분명히 기울고 있다”고 말했다. 1차 차이나 쇼크 때는 중국이 철광석, 석탄 등 각종 원자재를 대규모로 사들이면서 인플레이션 효과를 다소 상쇄했지만 이번에는 그런 효과도 기대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중국 남동부 푸젠성 샤먼항에서 컨테이너선이 출항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지금의 차이나 쇼크는 미국 등 서방 국가들이 지정학적 긴장 고조 속에 자국 산업에 벌였던 막대한 투자와도 상호작용을 일으키고 있다. WSJ는 각국이 제조업에 투자한 탓에 세계 시장에 상품은 넘쳐난 반면 소비가 이를 따라잡지 못한다고 분석했다. 그 결과 인플레를 끌어내리는 역할을 하고 있다. 배터리 제조사 CATL의 경우, 세계 배터리 수요 대부분을 중국 내 공장에서도 생산할 수 있지만 각국의 수입 반대 움직임을 타개하기 위해 해외에 공장을 짓는 실정이다.


게다가 중국 경제 비중도 과거보다 훨씬 커졌다. 세계은행(WB) 통계를 보면 중국은 2022년 세계 제조업 생산량의 31%, 전체 상품 수출의 14%를 점유하고 있다. 20년 전 중국의 제조업 비중은 10% 미만, 수출 비중은 5% 미만이었다. 데이비드 오토 MIT 경제학 교수는 “지금은 이전과 같은 차이나쇼크가 아닐 것”이라며 “중국은 기술 리더십의 중심으로 여겨지는 자동차, 컴퓨터, 반도체 및 복합 기계 분야에서 선진국과 경쟁하고 있기 때문에 우려가 더 근본적”이라고 말했다.


다만 차이나 쇼크에 대한 반발도 강해서, 서방 국가들도 중국의 공세에 앉아서 당하고만 있지는 않는다. 미국과 유럽, 일본 등은 중국산 제품 유입으로 또다시 자국 제조업이 붕괴되는 것을 원하지 않고 있다. 따라서 주요 전략 산업에 수십억 달러의 지원을 하고 있으며, 중국산 제품에 이미 관세를 부과했거나 부과할 태세다. 선진국들의 인구 고령화와 지속적인 노동력 부족이 중국산 제품을 막는 역할도 한다고 WSJ는 전했다.


중국이 이 같은 견제를 뚫기 위해 다른 신흥국·개도국 시장을 공략할 가능성도 있다고 WSJ는 전했다. 중국은 첨단 산업에 투자하면서도 비용이 그다지 많이 들지 않는 공산품 생산에서도 우위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개도국들이 신생 산업 육성에 나섰다가 중국산에 의해 위축될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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