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자 배려’ 강조한 엄상필·신숙희 대법관…보수·중도 강화된 대법원

엄상필 “소수자 보호 함께 공동 이익 살펴”
신숙희 “약자 목소리 놓치지 않겠다” 약속
공석 채워 4월부터 전원합의체 선고 가능
7대6→8대5 구도 변화에 판결 변화 관측

엄상필 신임 대법관이 4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엄상필(사법연수원 23기)·신숙희(25기) 신임 대법관이 4일 취임 일성으로 ‘사회적 약자 배려’를 내걸었다. 편견으로 어려움을 겪는 소수자·약자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등 법이 정한 임무에 충실하겠다는 취지다. 두 대법관의 합류로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중도·보수 성향이 다소 강화되면서 향후 판결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엄 대법관은 이날 대법원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를 배려하고 보호하는 것이 법원의 임무임을 잊지 않으면서, 공동체와 다수의 이익을 함께 살피겠다”고 말했다. 이어 “법의 문언이나 논리만을 내세워 시대와 국민이 요구하는 정의 관련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며 “실체적 진실 발견과 절차적 정당성의 실현, 그 중 어느 하나도 소홀히 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신 대법관도 이날 취임사에서 “여전히 사회적 편견 때문에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며 “이 분들의 작은 목소리도 놓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어 고(故)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전 전미국연방대법관이 남긴 ‘당신이 마음 속에 지닌 가치를 위해 싸워라, 그러나 다른 사람들이 당신을 따를 수 있는 방법으로 하라’는 말을 인용하며 “많은 사법부 구성원이 진심으로 동의하고 따를 수 있는 방식과 내용을 늘 고민하고 이를 실천하겠다”고 다짐했다.



신숙희 신임 대법관이 4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두 신임 대법관은 안철상·민유숙 전 대법관의 후임이다. 대법관 공석이 모두 채워지면서 대법원 전원합의체 선고는 이르면 4월부터 재개될 수 있다. 특히 대법원 전원합의체 재판부의 보수·중도 대 진보 구도가 기존 ‘7대 6’에서 ‘8대 5’로 바뀐다. 대법원장을 포함해 총 13명으로 구성되는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대법관 3분의 2 이상 출석과 출석 인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판결이 확정된다. 이날 취임한 두 대법관과 함께 조희대 대법원장, 오석준·서경환·권영준·이동원·노태악 대법관 등은 보수·중도 성향으로 평가된다. 김선수·노정희·김상환·이흥구·천대엽 대법관은 상대적으로 진보 성향으로 분류된다. 앞서 문재인 정권 시절 전원합의체의 경우 진보 성향 대법관이 최대 7명까지 늘어난 바 있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 들어서는 중도·보수가 8명으로 진보(5명)보다 우위를 점하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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