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WC 2024]"반도체급 파괴력" AI폰 생태계 확장에…이통 3사, 벌써 서비스 전쟁

갤럭시AI, 연내 1억대 탑재 목표
中제조사 추격…애플 신제품 예고
SKT, 에이닷 웨어러블 기기 적용
KT, SLM 활용 에이전트 개발 시사
LGU+, 익시젠 올 상반기내 구축



삼성전자와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인공지능(AI)폰을 선보이며 관련 시장을 열자 여기서 활용할 서비스 선점을 위한 기업들의 경쟁으로 이어지는 양상이다. 글로벌 빅테크는 물론 이동통신사까지 뛰어들면서 AI폰 생태계가 본격적으로 구축되기 시작했다. 업계에서는 “산업 생태계가 더욱 확장하면 반도체 못지 않은 파괴력을 보일 것”이라며 기대를 드러내고 있다.



세계 최대 모바일 전시회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24’가 개막한 26일(현지 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 피라그란비아 전시장의 삼성전자와 SK텔레콤 전시관에 인파가 몰려 있다. 바르셀로나=김윤수 기자

지난달 29일(현지 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폐막한 세계 최대 모바일 전시회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24’는 전 세계적 AI폰 대세화라는 정보통신기술(ICT) 업계의 최신 트렌드를 직접 확인할 수 있는 무대였다. ‘갤럭시 AI의 대세화’를 선언한 삼성전자는 MWC 부스에서 갤럭시 S23 등 구형 모델에도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로 실시간 통화 통역 등의 갤럭시 AI를 구현해 선보였다. AI폰을 넘어 웨어러블(착용형) 기기의 헬스케어(건강관리) 기능 역시 갤럭시 AI로 고도화할 계획이다. 24시간 데이터 수집으로 AI 학습을 고도화할 수 있는 반지형 기기 ‘갤럭시링’의 실물도 처음으로 공개했다. 연내 1억 대의 모바일 기기에 갤럭시 AI를 심는 게 회사의 목표다.



세계 최대 모바일 전시회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24’가 개막한 26일(현지 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 피라그란비아 전시장의 삼성전자 전시관에서 갤럭시링을 전시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아너, 샤오미 등 중국 제조사들의 최신작도 차별화 기능이 돋보였다. 아너 매직6는 눈짓으로 앱 조작이 가능한 ‘시선추적’, 샤오미14 울트라는 사용자 아바타를 만들고 명령어에 맞는 이미지 생성까지 가능한 ‘AI 초상화’ 기능을 내세웠다. 화웨이와 애플도 올해 후속작이 예고됐는데 AI 기능을 탑재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제조사 간 경쟁 심화 속에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올해 AI폰 출하량이 지난해(4700만 대)의 2배 이상인 1억 대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2027년에는 AI폰이 5억 5200만 대까지 늘어나 전체 스마트폰의 40%를 차지할 것이라는 예측도 내놓았다.



‘샤오미14 울트라’의 AI가 사진 속 사람을 구별해 선택한 모습(왼쪽 사진)과 특정인을 화면 터치 한 번으로 비교적 자연스럽게 지운 결과(오른쪽 사진). 바르셀로나=김윤수 기자

빅테크가 주도하는 AI 서비스 개발 또한 불붙고 있다. 국내 통신 3사의 대응 전략은 소규모언어모델(SLM)과 AI 에이전트(비서)다. 지난해까지 대규모언어모델(LLM) 확보를 통해 AI 성능 극대화에 집중했다면 이제는 제조·금융 등 분야별로 특화한 데이터만을 학습시켜 경량 모델화한다는 전략이다. AI 개발·연구자를 위한 초경량화 모델인 구글 젬마와 비슷하다.


이동통신 3사는 다양한 SLM을 여러 분야 서비스 개발사에 제공하는 기업간거래(B2B)를 넘어 파급력이 큰 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B2C) 사업 개발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가장 발 빠른 것은 SK텔레콤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유영상 SK텔레콤 대표와 함께 MWC 개막 직후인 26일 노태문 삼성전자 모바일경험(MX) 사업부장(사장)을 찾아 “‘글로벌 텔코(통신사) AI 얼라이언스’와 관련한 논의를 하고 싶다”고 제안했다. 텔코 얼라이언스는 SK텔레콤이 도이치텔레콤·소프트뱅크·싱텔·이앤 등 해외 주요 통신사들과 구축한 동맹이다.



최태원(오른쪽) SK 회장과 노태문 삼성전자 MX 부문 사업부장(사장)이 세계 최대 모바일 전시회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24’가 개막한 26일(현지 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 피라그란비아 전시장에서 삼성전자 부스를 둘러보며 대화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SK텔레콤은 5개사, 총 13억 명에 달하는 가입자 데이터와 수요를 활용해 빅테크와 차별화한 서비스를 개발할 계획이다. SK텔레콤은 AI 비서를 표방한 ‘에이닷(A.)’을 출시한 데 이어 웨어러블 기기에도 확대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유 대표는 “퍼스널 AI 어시스턴트(개인 AI 비서)에서 게임체인저가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LLM ‘믿음’을 상용화한 KT 역시 AI 관련 사업 확장 계획을 내비쳤다. 김영섭 KT 대표는 MWC에서 “LLM을 제공하는 동시에 SLM도 제공하는 멀티옵션(다중선택) 전략으로 다양한 수요에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실질적인 AI 서비스 경쟁에 대응해 고객사에 돈을 받고 서비스할 수 있는 수익화를 구상해야 하는데 모두 LLM을 구비할 생각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KT는 “슈퍼앱과 관련해 여러 가지 (사업) 계획을 가지고 있고 B2C 쪽에서 많은 변화가 있을 것”이라며 SLM을 활용한 에이전트 개발도 시사했다. KT는 MWC에서 아마존웹서비스(AWS)와 기업용 생성형 AI 서비스의 개발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MOU)도 맺었다.


아직 자체 LLM이 없는 후발주자 LG유플러스는 곧장 SLM 경쟁으로 합류해 두 회사와의 격차를 좁힐 계획이다. LG AI연구원의 LLM ‘엑사원’을 기반으로 통신에 특화한 SLM ‘익시젠’을 올해 상반기에 구축하고 역시 에이전트로 우선 활용한다. LG유플러스는 지난해 10월 익시젠을 LLM으로 처음 소개했지만 그사이 시장 변화에 대응해 전략을 수정한 것으로 보인다. 황현식 LG유플러스 대표는 “이번 MWC에서 메타·구글·AWS 측을 만나 에이전트 관련 논의를 가졌다”며 “익시젠을 기반으로 퍼스널 모바일(개인 스마트폰용) 에이전트, 인터넷(IP)TV를 기반으로 하는 미디어 에이전트, 업무용 에이전트를 단계적으로 구축해나가겠다”고 했다. 황 대표 역시 삼성전자 부스를 방문해 노 사장에게 AI 협업을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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