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계공시 두고…고용부 “국민 신뢰” vs 금속노조 “자주성 침해”

금속노조, 올해 회계 공시 거부…“노조 탄압”
고용부 장관 “투명성, 세계적 추세” 간접 비판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작년 10월 5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노동조합 회계 공시 시스템 개통 관련 브리핑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고용노동부와 전국금속노동조합이 올해 노조 회계 공시제 참여를 두고 맞붙었다. 고용부는 노조 회계가 투명해야 조합원과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있다고 공시제 참여를 독려했다. 반면 금속노조는 노조 회계 공시가 노조 자주성을 침해한다고 반박했다.


이정식 고용부 장관은 4일 고용부 자체 정책점검회의를 열고 “노사를 불문하고 회계 투명성 강화는 거스를 수 없는 세계적 추세”라며 “조합원 이익과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노동운동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 금속노조를 에둘러 비판했다.


금속노조는 지난달 28일 제58차 정기 대의원대회를 열고 올해 회계 공시를 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안건을 통과시켰다. 지난해 시행된 노조 회계 공시제는 노조와 산하조직(노조의 내부조직)이 수입, 지출, 자산 , 부채 등 회계 기본 항목을 자율적으로 정부의 공시시스템에 기입하는 제도다.


금속노조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노조 주인은 조합원”이라며 “회계공시는 노조법에 근거한 정당하지 않은 요구로서 노조의 자주성과 민주성을 침해하는 탄압 수단”이라고 공시제 불참 입장을 강조했다.


고용부와 금속노조 대립 양상은 두 방향으로 흐를 것으로 보인다. 금속노조 조합원의 올해 세액공제 혜택 무산이다. 고용부는 공시제에 참여해야 조합원이 노조비 15% 세액 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법을 고쳤다. 고용부는 “작년 양대 총연합단체(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의 공시 참여는 재정의 투명한 운영에 대한 조합원과 국민의 신뢰”라며 금속노조가 세액공제 혜택을 받지 못한다고 강조했다. 금속노조 조합원은 약 18만명이다.


다른 관심은 금속노조의 결정이 상급인 민주노총 동참으로 이어질지다. 올해도 회계 공시에 참여하려고 했던 민주노총은 지난달 5일 정기대의원대회에서 회계 공시와 관련한 안건을 통과시키지 못했다. 당시에도 노조 회계 참여를 두고 이견이 발생했다. 민주노총은 18일 임시대의원대회에서 안건을 다시 논의한다. 금속노조는 이 자리에서 민주노총 전체의 공시 불참을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민주노총이 금속노조처럼 공시 불참으로 선회한다면 노조 공시제 자체가 흔들리는 등 파장이 클 것으로 보인다. 민주노총은 한국노총과 우리나라 노조 지형을 양분하고 있기 때문이다. 작년 양대 노총이 공시제에 참여하면서 공시제 참여율은 91%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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