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수도인 워싱턴DC에서 치러진 공화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니키 헤일리 전 유엔 대사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제치고 첫 승리를 거뒀다. 다만 워싱턴 DC가 트럼프 전 대통령의 공화당 장악력을 전혀 반영하지 못했던 지역인 만큼 공화당 경선 자체에는 영향을 거의 미치지 못할 전망이다.
3일(현지시간) CNN에 따르면 헤일리 전 대사는 지난 1일부터 이날 오후 7시까지 진행된 워싱턴DC 프라이머리(예비선거)에서 99% 개표가 진행된 가운데 62.9%를 얻어 트럼프 전 대통령(33.2%)을 처음으로 이겼다. 워싱턴DC 경선 방식은 득표율을 50%를 넘긴 후보가 있으면 승자 독식으로 대의원 전원을 가져가게 돼 있어 헤일리 전 대사가 19명을 확보하게 됐다.
하지만 앞서 9연승을 내달렸던 트럼프 전 대통령을 헤일리 전 대사가 따라잡기는 불가능할 전망이다. ‘슈퍼화요일’인 5일 캘리포니아·텍사스 등 16개 주와 미국령 사모아에서 동시에 미 대선 후보 경선이 열리는 가운데 트럼프 전 대통령은 거의 모든 주에서 절대 우위를 보이고 있다. 미 선거 전문가들은 헤일리 전 대사가 사퇴하지 않더라도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이달 중순이면 공화당 전체 대의원의 과반인 1215명을 확보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편 워싱턴DC는 진보 성향이 강한 도시로 헤일리 전 대사의 승리가 일찌감치 점쳐졌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16년 공화당 경선 때도 앞서 각종 여론조사에서 1위를 차지했으나 워싱턴DC만큼은 마르코 루비오 상원의원 등에 밀려 3위를 차지하는 굴욕을 맛봤다. CNN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번 경선을 헤일리가 이길 수 있는 최고이자 유일한 기회라고 예상했다”고 평가했다.
헤일리 전 대사가 언제까지 공화당 경선 레이스에 남을지 관심이 모아지는 가운데 그는 사퇴할지라도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지하지 않을 수 있다는 뜻을 내비쳤다. 그는 이날 NBC방송에 출연해 ‘공화당 전국위원회의 후보 지지 서약에 구속되지 않는다는 것이냐’는 질문에 “그렇다. 나는 내가 원하는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헤일리 전 대사는 공화당 전국위가 주최한 대선 경선 후보 토론회에서 최종적으로 대선 후보로 선출되는 사람을 지지하겠다는 서약을 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