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도 임대료 등 파격 혜택…올 리쇼어링 역대최대 전망 [기업 유턴 빨라진다]

반도체·2차전지·디스플레이 기업
국내 복귀땐 투자금액 50% 지원
정부 지원에 지자체 稅혜택 확대
해외 투자비용 회수 리스크 줄어
일지테크·화신 등 유턴기업 잇따라


박형준(왼쪽 두번째) 부산시장과 김기영(〃 첫번째) 부산진해경제자유구역청장, 안병두(∥ 세번째) 신성에스티 대표이사가 4일 부산시청에서 국내복귀 투자양해각서를 체결하고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신성에스티는 내년부터 미국으로 수출할 ‘이차전지 배터리 부품’을 납품하기 위해 중국 생산 거점과 창원 본사를 부산으로 통합 이전한다. 사진제공=부산시

지방자치단체들의 파격적인 혜택에 해외로 눈을 돌린 기업들이 다시 국내로 복귀하는 ‘리쇼어링’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 이는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중국 진출 기업들의 수요와 국내 복귀를 유도하는 지자체들의 전폭적인 지원책이 맞물려 적극적인 투자를 이끌어낸 것이라는 분석이다.


코스닥 상장 기업 신성에스티는 4일 부산시와 중국 생산 시설을 연말까지 부산으로 이전하기로 하는 내용의 ‘국내 복귀 투자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2019년 4월 중국 진출 이후 5년 만이다. 신성에스티는 강서구 미음 외국인투자지역에 총 463억 원을 투자해 고도화된 자체 자동화 설비와 제작 기술, 인증 시스템을 갖춘 ‘2차전지 스마트팩토리’를 건립해 연간 1000억 원 규모의 2차전지 배터리 부품 생산능력을 확보할 계획이다.


이번 투자는 시와 부산진해경제자유구역청의 적극적인 투자 유치 전략의 결과물로 평가받는다. 부산시와 부산진해경제자유구역청은 KOTRA와 유관 기관 간 적극적인 협력을 통해 국내 복귀 기업 동향을 관찰하며 유치 대상 기업을 방문해 투자 계획을 설명하는 기업 마케팅 등 적극적인 투자 유치 활동을 벌여왔다. 특히 수출과 물류 등의 지리적 이점이 있는 데다 저렴한 임대료로 50년 이상 사용할 수 있는 미음 외국인투자지역의 부지 3만 3954㎡를 제시하며 신성에스티의 복귀를 적극적으로 유도했다.


최근 공급망 안정성이 부각되면서 특정 국가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해짐에 따라 해외에 거점을 뒀던 2차전지 관련 업체를 중심으로 리쇼어링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에 발맞춰 각 지차체들이 파격적인 혜택을 내놓으면서 기업 유치를 위한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2014년 유턴법 시행 이후 한 해 평균 20여 개에 불과했던 기업들의 국내 복귀가 올해 최대치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신성에스티 관계자는 “인건비, 인력 고용, 생산 인프라 등 전반적인 부분에서 한계가 있어 미국이 아닌 국내로 복귀를 결정했다”며 “지자체의 각종 혜택들도 지역 선정에 많은 영향을 끼쳤다”고 설명했다.


해외에서 국내로 복귀할 경우 7년간 소득세 100% 감면에 3년간 법인세 50% 감면 등 정부의 세제 지원에 이어 지자체에서 별도로 지원하는 기회발전특구 내 기업에 대한 세금 감면 혜택까지 볼 수 있다. 또 반도체·2차전지·디스플레이 등 첨단전략산업의 경우 투자 금액의 최소 50%를 현금으로 지원받을 수 있다.


실제 이러한 각종 유인책은 해외로 진출한 국내 기업의 복귀를 이끌어내고 있다. 자동차 부품 생산 기업 일지테크는 지난해 12월 중국 공장 규모를 줄이는 대신 경북 경주에 4공장을 추가로 증설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일지테크는 2025년까지 경주 외동2산업단지 내 임대 공장과 인접 부지 총 2만 3500㎡를 매입해 전기자동차 등 자동차 부품 제조 공장을 설립한다.


앞서 일지테크는 2014년 외동 모화산업단지에 1공장을 조성한 데 이어 2019년 650억 원을 들여 2공장을 추가했고 2021년 815억 원을 들여 중국 베이징 공장의 국내 복귀를 추진해 3공장을 신설했다. 고용 창출 장려금, 각종 세제 감면 등 지자체의 파격적인 지원 혜택에 내린 결정이다.


또 다른 자동차 부품사인 화신은 2022년 중국 창저우에 있는 사업장 규모를 줄이고 경북 영천에 2025년 완공을 목표로 전기차 배터리케이스 및 자동차 경량화 부품 제조 시설을 건립하고 있다. 투자 규모는 800억 원으로 절반인 400억 원을 정부와 지자체 보조금으로 마련했다. 희토류 영구자석 부품사인 성림첨단산업은 중국 공장을 철수하고 2023년 11월 대구 테크노폴리스에 생산 공장을 마련해 연간 1000톤의 네오디뮴 영구자석을 생산하고 있다.


이외에도 양극재 전문 기업 엘앤에프는 중국 생산 공장을 2023년 대구 국가산업단지로 이전했고 친환경 케이블 생산 업체 고려전선은 미얀마 생산 공장을 철수하고 2023년 5월 대구 성서산업단지에 새롭게 둥지를 틀었다. 자동차 자재 생산 업체인 아주스틸은 필리핀 공장을 철수하고 2021년 김천으로 이전을 완료했다.


이들 업체는 국내 복귀로 인한 투자 손실을 보조금 등 각종 지원책으로 메울 수 있었다고 입을 모았다. 한 기업체 관계자는 “정부와 지자체의 파격적인 지원책이 국내로 생산 시설을 이전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고 전했다.


산업계에서는 신성에스티의 리쇼어링 사례가 해외에 공장을 둔 기업들의 본격적인 국내 복귀 신호탄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올해 국내 복귀 기업에 대한 혜택이 확대되면서 과거 국내에 복귀했을 때 기업이 부담해야 할 현지 투자 비용 회수 등에 대한 리스크가 사라져 기업들이 자국행을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 중견 업체 관계자는 “그동안 국내에서 사업하기 힘들었던 문제로 꼽히던 각종 규제가 사라지면서 기업의 국내 복귀가 적극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며 “경쟁력 있는 기업의 복귀를 늘리기 위해서는 해외 거점을 포기할 만큼 파격적인 세금 감면과 규제 개선 등 혜택을 지속적으로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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