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이 잡는 사자’의 모습은 찾기 어려웠지만 12년의 공백을 고려하면 그렇게 나쁜 출발은 아니었다. ‘잊힌 천재’ 앤서니 김(38·미국)이 복귀전 마지막 날 부활의 희망을 보여줬다.
앤서니 김은 3일 사우디아라비아 제다의 로열 그린 골프장(파70)에서 끝난 LIV 골프 시즌 세 번째 대회에서 3라운드 합계 16오버파 226타로 최하위인 53위를 기록한 뒤 “분명 힘든 한 주였지만 다시 프로 대회에 나설 수 있어 기쁘다. 이런 기회가 온 것은 정말 축복”이라고 말했다.
미국 교포인 앤서니 김은 한때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서 ‘타이거 우즈의 대항마’로 불릴 정도로 촉망 받는 천재였다. 그는 2008년 와코비아 챔피언십과 AT&T 챔피언십, 2010년 셸 휴스턴 오픈에서 우승해 PGA 투어 역사상 다섯 번째로 25세 이전에 3승을 거두는 기록을 세워 주목 받았다. 하지만 스물일곱 살이던 2012년 웰스파고 챔피언십 1라운드에서 기권한 뒤 소리 소문 없이 사라졌다.
LIV 골프를 통해 12년 만에 필드로 복귀한 앤서니 김은 큰 기대 속에 이번 대회에 나섰다. 그러나 10여 년의 공백은 무시할 수 없었다. 첫날과 둘째 날 연속으로 6오버파를 쳤고 마지막 날에도 4오버파에 그쳤다. 우승자 호아킨 니만(칠레·17언더파)과는 무려 33타 차가 났고 바로 위인 52위 허드슨 스와퍼드(미국·5오버파)와도 11타나 벌어졌다.
하지만 희망적인 부분도 있었다. 이날 첫 6개 홀에서 4오버파를 기록한 앤서니 김은 나머지 홀에서 버디 1개와 보기 1개로 타수를 잃지 않았다. 경기 초반 스코어 관리만 잘한다면 머지않아 언더파 스코어를 기록할 수 있음을 보여준 것이다. 그는 “분명 볼을 잘 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점수가 모든 것을 반영하지 못한 것 같아 아쉽다”며 “처음 이틀보다 오늘이 더 편했다. 4타를 잃었지만 충분히 언더파 스코어를 적을 수 있는 경기였다”고 했다.
특히 13번 홀(파4)에서는 티샷이 크게 벗어나 페어웨이 옆 흙바닥에 떨어졌지만 나무 사이를 절묘하게 통과하는 세컨드 샷으로 파를 지켜내는 위기 관리 능력을 보여줬다. 앤서니 김은 “정말 완벽한 샷을 해냈다”며 만족감을 내비쳤다.
8일부터 10일까지 홍콩 골프클럽에서 열리는 LIV 골프 시즌 네 번째 대회에도 출전하는 앤서니 김은 “내 게임이 모양을 갖추기 시작했다. 나는 멋진 한 해를 기대하고 있을 뿐”이라며 부활을 자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