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0 총선을 앞두고 비례대표 의석을 얻기 위한 ‘위성정당 시즌2’가 개막됐다. 시즌1보다 더 화끈하고 노골적이다. 4년 전에는 본체 정당과 ‘사실상 같은 당’으로 불렸다면 이번에는 직할 체제를 완비한 ‘복제 정당’ 수준이다. 더불어민주당이 주도하는 야권 연합 세력은 3일 비례 위성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 중앙당 창당 대회를 가졌다. 이 당의 공동대표로 윤영덕 민주당 의원과 민주당 영입 인재인 백승아 초등교사노조 수석부위원장을 선출했다. ‘당’을 ‘연합’으로 바꾼 부분 외에는 당명이 똑같다.
당명이 거의 같고 본체 정당 인사를 위성정당 대표로 앉힌 것은 국민의힘도 매한가지다. 위성정당 명칭을 ‘국민의미래’로 정하고 당 대표에 조혜정 국민의힘 정책국장을 임명했다. 위성정당의 공천관리위원장과 공관위원은 국민의힘 공관위원을 겸직한다. 여야의 양대 정당은 복제 정당을 만들면서 당의 상징 색깔도 각각 파란색과 빨간색으로 일체화했다. 지지자의 헷갈림을 조금도 허용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읽힌다. 이제 양당은 직할 체제를 갖추고 본격적으로 현역 의원 파견 및 비례 후보 투입 절차도 밟게 된다.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처음 도입된 2020년 총선 당시에는 비록 위성정당이어도 여야는 최소한의 신당 창당 격식을 갖추려 했다. 당시 더불어민주당의 위성정당인 더불어시민당의 당 대표는 당 외곽 인사들이었다. 미래통합당의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의 한선교 대표는 자체적으로 비례 후보를 추진하는 ‘반란’을 시도하려다가 진압되기도 했다. 양당은 당시 비례 정당이 같은 당이 아닌 척하려다가 겪은 불편과 시행착오를 이번에는 겪지 않겠다며 당당하게 위성 정당의 당무를 직접 관장하려 하고 있다.
‘꼼수 비례 정당 시즌2’는 거대 야당인 민주당의 이재명 대표가 득실을 저울질하다가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유지를 결심하면서 예견된 정치 퇴행이다. 해외에도 유사한 선례들이 있다. 알바니아와 베네수엘라 등은 한때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했으나 위성정당들이 속출하자 이 제도를 폐기했다. 그러나 우리 정치권은 내놓고 복제 정당을 추진하고 있으니 ‘후안무치’라는 지적을 들어도 할 말이 없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