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프 스튜디오’가 크게 증가함에 따라 국내 사진관 수가 6년 만에 54%나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셀프사진관이 등장한 지 7년차로 접어들면서 주 이용층인 Z세대의 유행을 넘어 문화로 정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관련 시장을 주도하는 스타트업들은 신(新)기술 도입, 캐릭터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차별화하고 있다.
5일 국세통계포털에 따르면 전국 사진관(사진촬영업) 수가 지난해 12월 말 기준 1만9996개로 전년 동월 대비 6.7% 늘었다. 올해 들어 2만 곳을 돌파했을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증가세는 셀프 사진관이 이끌었다. 전체 사진관 수는 2017년 말만 해도 1만3004개에 불과했지만 6년 만에 53.8% 늘어난 셈이다. 업계에선 셀프 사진관만 따지면 50여개의 브랜드가 총 3000곳 가량을 두고 있는 것으로 추정한다.
실제로 전날 찾은 서울 송파구 송리단길에선 셀프 사진관이 한 건물에 하나씩 있을 정도로 줄지어 있었다. 가장 유동인구가 많은 길가에만 14곳이 자리 잡고 있으며 주변 거리까지 합치면 30곳 안팎으로 알려졌다. 한 스튜디오 내부에는 외국인들이 방문해 찍은 사진도 심심치 않게 눈에 띄었다. 대학생 김현지씨는 “친구들과 만날 때마다 셀프 사진관을 방문한다”면서 “요즘 외식물가가 워낙 오른 탓에 사진 찍는 데 쓰는 1만원 정도는 비싸게 느껴지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셀프 사진관 1위 브랜드를 브랜드를 놓고 스타트업 간 경쟁은 치열해지고 있다. ‘인생네컷’으로 유명한 엘케이벤쳐스는 사진 키오스크와 소프트웨어를 직접 개발하며 전국에 410개 이상 스튜디오를 운영하고 있다. 엘케이벤쳐스 측은 “매달 230만 명, 연간 2800만 명이 방문한다”고 밝혔다.
‘포토이즘’ 운영사인 서북은 450곳 이상의 점포를 냈다. 조명 장비의 일종인 스트로브 장비를 독자 개발해 양질의 사진 촬영이 가능하다고 한다. 뷰티테크 유니콘 기업인 에이피알(278470) 또한 셀프 사진관 사업을 본격 확대하기로 했다. 이 회사의 브랜드인 ‘포토그레이’는 146개의 점포를 두고 있으며 올해까지 2배 수준인 300개로 대폭 확장하겠다는 게 회사 측 목표다. 지난해 일본 도쿄 하라주쿠에 일본 1호점을 열었으며 올해에는 베트남, 태국에도 진출할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셀프 사진관이 Z세대를 중심으로 하나의 문화로 정착했다고 보고 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셀프 사진관에선 저마다 다른 악세사리를 착용하고 촬영 각도를 달리 하는 등 각자 개성을 살릴 수 있다”면서 “스마트폰이 일상화된 Z세대는 셀프 사진관에서 촬영하는 과정을 하나의 놀이이자 문화라고 생각한다”고 진단했다.
셀프 사진관이 Z세대의 문화로 자리 잡으면서 유통 업계도 손을 내밀고 있다. 롯데홈쇼핑은 인생네컷과 함께 ‘벨리곰 팝업스토어’를 운영하고 있다. 인생네컷 홍대역점에선 벨리곰 조형물과 레드카펫, 트로피 등을 마련해 포토존이 조성돼 있다. 또한 디즈니, 넷플릭스, 최고심, 다나카 등 다양한 브랜드와의 협업을 이어오고 있다. 이 밖에 ‘포토 시그니쳐’에선 멜로디·쿠로미 등 산리오 캐릭터로 사진 프레임을 설정해 촬영이 가능하다.
스타트업들은 개성을 중시하는 Z세대의 성향에 발맞춰 새로운 기술을 도입하고 있다. 엘케이벤쳐스의 새로운 브랜드 ‘포토드링크’ 스튜디오에는 자동 조명 제어 시스템이 탑재돼 있다. 또한 엘케이벤쳐스는 싱가포르 소프트웨어 회사인 바이트플러스와 손잡고 사진에 AI 솔루션을 도입할 예정이다. AI 기반의 몰입형 스티커, 필터 등을 적용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 밖에 서북은 국내 정보기술(IT) 벤처기업인 브릭메이트와의 협력을 통해 어플리케이션 개발을 고도화하고 있다.
업계에선 셀프 사진관이 무인 창업의 사업 아이템의 하나로 주목받고 있는 만큼 국내 점포 수가 지속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관련 업계 관계자는 “20년 전 유행했던 스티커 사진 시장에는 독자적인 브랜드가 없었던 반면 셀프 스튜디오 시장에는 기술 개발, 해외 진출을 추진하는 여러 스타트업들이 맹활약하고 있어 장기적인 성장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