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증원에 반발해 사직서를 제출한 후 복귀하지 않은 전공의 9000여 명에 대해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이 “의료계는 불법 집단행동을 중단하고 지금 즉시 환자 곁으로 복귀하라”고 촉구했다.
5일 경실련은 23개 지역 경실련과 함께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의료계 불법 집단행동 중단 및 정부의 엄정대응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는 자격 없는 의사에 대해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 조치하라”며 이같이 밝혔다.
김성달 경실련 사무총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의사들이 집단적으로 환자를 외면하고 사직서를 제출하는 행위는 명백하게 불법이다. 이러한 위기가 지속된다면 의료 대란이 불가피할 것”이라면서 “의대 증원은 타협 대상이 아니고 되어서도 안 된다. 정부는 해야 할 일을 법과 원칙에 맞게 해달라”고 밝혔다.
경실련은 의사들의 ‘승리 공식’으로 인해 의료 개혁이 저지되어 왔다고 지적했다. 그간 의약 분업·원격 의료·공공의대 설립 저지 등에 대해 의사들이 집단 행동으로 대응하면서 정부 정책이 번번이 좌절되어 왔다는 것이다. 송기민 경실련 보건의료위원장은 “의료계는 수십 년 전부터 직역이기주의에 반하는 여러 정책을 ‘악’으로 규정하며 불법 집단행동을 통해 저지해왔다”면서 “‘정부는 의사를 이길 수 없다’는 전 의협 회장의 오만한 발언은 무능한 정부가 자초한 결과일 수 있다. 이제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경실련은 정부가 제정을 예고한 ‘의료사고처리특례법’에 대해서는 즉각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의료사고처리특례법은 의료인이 책임보험·공제에 가입하면 의료사고 공소 제기를 면제하는 법안으로, 정부의 ‘당근책’으로 꼽힌다. 정부는 지난달 27일 법적 부담이 과도하다는 의사들의 요구에 따라 미용·성형 분야까지 보장 범위를 확대한 특례법 초안을 공개한 바 있다. 송 위원장은 “의료사고 발생 시 환자들의 형사재판받을 권리를 제한할 경우 의료사고의 위험에 더욱 노출될 수밖에 없다”고 부연했다.
이와 함께 경실련은 의사들의 의료독점권도 재고할 필요성이 있다고 언급했다. 남은경 경실련 사회정책팀 국장은 “의료계의 불법 집단행동이 계속된다면 의료독점권을 계속 의사들에게 주는 것이 합당한지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시작되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소수 의사들의 의료권 독점으로 인한 의료 공백과 직역 간 갈등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경실련은 향후 대한의사협회(의협)이 단체 행동에 돌입할 시 즉각 법적 대응에 나설 계획이다. 남 국장은 “의료인들의 집단 진료 거부는 공정거래법상 담합에 해당한다. 진료를 거부하고 결의하는 행위, 개별 구성원에 대한 활동을 부당하게 제한하는 행위는 의료법·공정거래법상 불법행위이고 관련 판례도 있다”면서 “전공의들은 의협과 달리 사업자 지위가 아니기 때문에 저희가 고발하지 못했다. 그런데 의협이 집단 행동에 나선다면 법적으로 책임을 물을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협 집단행동의) 일정과 방법이 결정되는 대로 경실련은 즉각 시민들의 목소리를 담아서 행동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한편 정부는 이날 미복귀 전공의 7000여 명에 대한 업무개시명령 위반 사실확인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이한경 행정안전부 재난안전관리본부장은 “어제 7000여 명에 대한 미복귀 증거를 확보했고, 추후 의료법에 따른 행정처분을 이행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복지부는 전날 오후 8시 기준 주요 100개 수련병원에서 전공의(신규 인턴을 제외한 레지던트) 9970명 중 8983명(90.1%)이 근무지를 이탈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