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오션 “조직적 범죄” 주장에…HD현대重 “판결문 짜깁기” 반박

■'KDDX 기밀유출' 갈등 폭발
한화오션, 현대重 임원 형사 고발
피의자 출장원 승인 등 증거 제시
"혐의 입증 땐 KDDX 입찰 제재를"
현대重은 "검찰 수사 끝난 사안"

구승모 한화오션 법무팀 변호사가 5일 서울 중구 한화빌딩에서 열린 KDDX 기밀 유출 관련 HD현대중공업 고발장 제출에 대해 입장 설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형 차세대 구축함(KDDX) 사업 입찰을 앞두고 한화오션(042660)과 HD현대중공업(329180)의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한화오션이 HD현대중공업 직원의 KDDX 기밀 유출 사건에 대해 ‘조직적 범죄’라며 HD현대중공업 임원을 고발하면서 소송전으로 번졌다. 임원이 개입됐다는 사실이 입증되면 HD현대중공업의 입찰을 허용했던 방위사업청의 결정도 뒤집힐 수 있다. 재심의를 통해 불공정 업체로 지정될 경우 향후 5년간 국내 사업에 참여하지 못한다. 특수선 시장에서의 경쟁력 하락은 불가피하다. HD현대중공업은 한화오션의 고발에 대해 “억지 주장에 불과하다”며 “판결문 짜깁기로 사실관계를 크게 왜곡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한화오션은 5일 서울 중구 한화빌딩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전날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 제출한 HD현대중공업 임원 고발장에 대해 설명했다. 구승모 한화오션 변호사는 “HD현대중공업 직원들의 군사기밀 탐지·수집·누설 범행의 방법은 임원 등 경영진의 개입 없이는 계획과 실행이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앞서 HD현대중공업 직원들은 KDDX 사업 등과 관련한 군사기밀을 촬영해 사내에 공유하는 등 군사기밀보호법을 위반한 혐의로 지난해 11월 유죄 판결을 받은 바 있다. 이와 관련해 방사청은 HD현대중공업의 국가사업 입찰 참가 자격 제한 여부를 논의했으나 제재하지 않기로 최종 결정했다. 국가계약법상 제척기간이 경과했으며 청렴 서약 위반의 전제가 되는 대표나 임원의 개입이 객관적 사실로 입증되지 않았다고 봤기 때문이다.


한화오션은 이번 고발로 HD현대중공업 임원의 개입 사실을 직접 입증하겠다는 방침이다. 국방부검찰단 사건 기록 등을 근거로 HD현대중공업이 비인가 서버에 군사기밀 자료를 저장해 직원들끼리 공유하고 네트워크 차단 기능을 이용해 보안 검사를 피했다고 주장했다. 이 과정에서 임원의 승인과 개입이 있었다는 것이다. HD현대중공업은 “보안 서버를 도입한 것은 기무사의 권고사항을 준수하기 위한 것이었다”며 “외부 서버 구축은 기무사 인가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비인가 서버라는 말은 애당초 성립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한화오션은 불법 취득 사실을 공유한 출장 복명서 결재도 임원 개입의 근거로 제시했다. 이날 공개한 피의자(HD현대중공업 직원) 조서에 따르면 ‘군사비밀을 열람·촬영한 사실에 대해 상급자가 알고 있었느냐’는 질문에 일부 피의자가 ‘맞다’고 대답한 대목이 담겼다. 결산 조서에는 ‘피의자의 부서장, 중역이 (이러한 행위를) 결재했다’고 적혀 있었다. HD현대중공업 측은 “직원 출장원 결재 행위는 통상적인 프로세스”라며 “임원 개입의 근거로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회사의 특수선사업부 직원은 일부 군사비밀을 열람할 수 있는 자격을 갖췄다”며 “열람에 대한 문제 제기는 지나친 비약이고 불법 촬영에 대해서는 처벌이 완료됐다”고 덧붙였다.


한화오션은 임원의 개입이 입증되면 청렴 서약 의무에 반해 제재를 이끌어 낼 수 있다고 봤다. 구 변호사는 “이번 사건은 청렴 서약 의무 제척기간이 적용되는 2015년 이전에 이뤄졌기 때문에 예외”라며 “방사청 심의위도 의결기구가 아니라 추가적으로 임원의 개입 여부가 확인되면 재심의를 통한 제재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HD현대중공업은 “이 사건에서 임원이 공범이 아니라는 것은 기무사와 검찰의 2년 반에 걸친 수사와 재판을 통해 이미 확인된 사실”이라며 “제척기간은 소멸시효와 달리 중단이나 정지가 있을 수 없다”고 반박했다.


양 사의 갈등이 법정 다툼으로 번진 배경에는 갈수록 치열해지는 특수선 시장이 있다. 지정학적 위기 고조로 전 세계에서 특수선 수요가 늘어남에 따라 KDDX 사업 수주는 향후 해외시장 경쟁에서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양 사는 이미 캐나다·폴란드·필리핀 등에서 특수선 수주 경쟁을 예고한 상태다.


HD현대중공업은 자사가 국내 특수선 시장을 독점하고 있다는 한화오션의 주장에는 “국내 물량은 이지스 구축함 2·3번함 건조만 남아 있는 상황”이라며 “2번함은 내년 1월 진수식을 앞둬 2025년 이후에는 3번함 1척만 남게 된다”고 맞받아쳤다. 이어 “한화오션은 이지스함보다 훨씬 비싼 3600톤급 잠수함 3척을 건조하고 있고 지난해 울산급 호위함 2척을 수주하며 최근 건조에 착수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K방산이 주목 받고 있는 상황에서 시장 선점을 위한 경쟁은 불가피하다”며 “양 사 모두 특수선 추가 수주가 절실한 만큼 갈등은 지속될 것”이라고 전했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