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약 없는 '필리핀 이모'…국가간 협의 '난맥' 상반기도 넘길 판

협약 마무리 안돼 시행시기 불투명
계절근로자 처우 문제 등도 영향

호주를 방문한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 필리핀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캔버라 연방 하원에서 연설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지난해 말 시행을 목표로 한 외국인 가사 서비스 시범사업의 시행 시기가 여전히 불투명한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시범사업이 쉽다는 판단 아래 국가 간 협약의 어려운 과정을 간과한 결과라고 지적한다. 시범사업 상대국인 필리핀의 자국민에 대한 강한 보호 정책도 시범사업 지연의 원인으로 꼽힌다.


5일 고용노동부와 서울시의 입장을 종합하면 지난해 말에서 올해 상반기로 늦춰진 시범사업 시행의 정확한 시기는 아직도 확정되지 않았다. 시범사업을 하기로 한 필리핀 정부와 우리나라 정부의 협약이 마무리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협약이 체결되더라도 시행 시기가 조정될 가능성도 있다. 한국에 들어올 가사관리사의 선발 과정, 약 한 달간 의무 교육, 정주 여건 마련 등 나머지 준비 과정 모두 기간이 필요하다.


시범사업이 늦어지는 가장 큰 이유는 외국인 가사도우미가 국가 간 협력 사업인 고용허가제를 기반으로 시행되기 때문이다. 자국민을 한국으로 보내는 국가인 송출국과 이 인력의 국내 생활을 관리하는 한국 모두 신중할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라오스는 2015년 16번째 고용허가제 국가로 지정됐지만 실제 인력 유입은 3년 뒤 이뤄졌다. 타지키스탄도 라오스 이후 8년 만에 17번째 고용허가제 국가로 지정됐다.


필리핀은 이미 한국과 고용허가제 협약을 맺었다. 필리핀은 영어를 사용할 수 있는 국민이 많고 국가 공인 돌봄자격증 제도를 운영해 시범사업 국가로 일찌감치 낙점됐다. 하지만 필리핀은 최근 인권침해 문제로 한국에 계절 근로자 송출을 중단할 만큼 자국민을 강하게 보호한다. 고용부는 계절 근로자 송출 중단과 시범사업이 무관하다는 입장이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서 협상에 영향을 주고 있을 것이라는 목소리가 많다. 시범사업이 늦어질수록 고용허가제 비자(E-9)로만 외국인 가사관리사가 가능한 현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조언이 늘 수 있다.


조혁진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송출국 입장에서는 (한국에 올) 자국민에 대한 확실한 근로조건이 최우선”이라며 “최근 필리핀의 한국 계절 근로자 처우에 대한 항의도 시범사업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일본은 외국인 가사도우미 시범사업을 준비하는 데 4~5년 걸렸는데 우리나라는 실태 조사, 송출국 입장 등 충분한 사전 논의가 미흡했다”고 덧붙였다. 장주영 이민정책연구원 연구위원도 “필리핀은 2022년 이주 노동자 부처를 만들고 지난해 쿠웨이트와 가사노동자 송출 갈등이 있을 만큼 이주 노동자 권리 보호에 중점을 뒀다”며 “필리핀은 정식 사업이 아닌 시범사업이 얼마나 자국민을 보호할지 고민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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