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독점 규제에 또 제동걸린 M&A… 제트블루, 스피릿항공 인수 철회

"소비자 손해 가능성 있다" 법원 제동에
제트블루, 한달 여만에 스피릿 합병 포기
미국 5대 항공사 발돋움 기대 모았지만
규제당국 문턱 못 넘어 5조 원 M&A 무산

제트블루 항공사 직원들이 4일(현지 시간) 뉴욕 JFK국제공항의 회사 정비 격납고에서 에어버스 A320 여객기 주변에서 일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미국 저가 항공사 제트블루와 스피릿항공의 5조 원 규모 인수합병(M&A)이 끝내 무산됐다. 매사추세츠연방법원이 반독점 위반 우려로 해당 거래에 제동을 건 지 한 달여 만이다.


4일(현지 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제트블루는 이날 성명을 통해 “양 사는 합병을 통해 경쟁적 이익을 얻을 수 있다고 계속 믿지만 필요한 법적 및 규제 승인이 거래에 명시된 날짜까지 충족되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해 M&A를 포기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제트블루는 올해 7월 24일까지 합병을 위한 법적 및 규제 승인을 받는 것을 목표로 해왔다. 조애나 게러티 제트블루 최고경영자(CEO)는 직원들에게 “조만간 합병을 추진할 수 있는 승인을 받을 확률이 극히 낮다”며 “(합병에 대한) 불확실성이 이어지면서 더 시급한 우선순위에서 우리 주의를 분산시키고 있다”며 합병 포기에 대한 배경을 설명했다.


제트블루는 2022년 7월 스피릿항공을 38억 달러(약 5조 원)에 인수하기로 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제트블루는 스피릿항공 인수를 통해 200대의 항공기와 3000명의 파일럿을 확보하고 항공 요금도 인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두 회사가 하나가 되면 아메리칸항공·델타항공·유나이티드항공·사우스웨스트항공에 이은 미국에서 다섯 번째로 큰 항공사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전망됐다. 당시 제트블루 CEO였던 로빈 헤이스는 “우리는 미국 항공 산업의 경쟁 부족과 빅4 항공의 지속적인 지배력에 대한 해결책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규제 당국은 두 회사의 합병을 반대했다. 양 사의 합병이 경쟁을 저해해 소비자에게 손해를 끼친다는 취지다. 미국 법무부는 지난해 뉴욕주·매사추세츠주·워싱턴DC 당국과 함께 제트블루와 스피릿항공의 합병 저지를 목적으로 한 소송을 매사추세츠연방법원에 제기했다. 그리고 올 1월 법원은 법무부의 손을 들어줬다. 제트블루와 스피릿항공은 법원의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지만 결국 한 달여 만에 합병을 철회하기로 했다.


한편 이날 나스닥시장에서 제트블루는 전날보다 4.33% 상승한 6.75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반면 뉴욕증권거래소에서 스피릿항공은 10.9% 떨어진 5.76달러로 장을 마감했다. 월가는 합병이 무산될 경우 스피릿항공이 파산 혹은 청산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했지만 스피릿항공 측은 별도의 성명을 통해 “우리는 자립할 수 있는 충분한 유동성을 확보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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