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金 나란히 최고가 경신…안전자산 달러 대체하나

■ 위험·안전자산 동반상승 왜
美 부채 늘고 금리인하 전망 겹쳐
비트코인 원화가격 1억 터치 눈앞
금값도 온스당 2100달러 첫 돌파
글로벌 중앙銀, 金매입행보 여전
비트코인도 견조한 흐름 보이지만
지수 연동된 나스닥이 변수될 듯

최근 안전자산인 금과 위험자산인 비트코인이 동시에 최고가를 찍는 이례적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를 둘러싼 다양한 해석이 나오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전통적 안전자산인 달러에 대한 불신이 커진 데 따른 결과라고 입을 모은다. 특히 전통적인 리스크 헤지 수단으로서 달러 대비 금에 대한 투자자 선호가 늘었고 비트코인은 미국에서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승인으로 제도권 시장에 안착해 투기성 자산이라는 프레임을 해소한 게 성격이 판이하게 다른 두 자산의 동시 급등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5일 미국 가상자산거래소 코인베이스에 따르면 비트코인 1개당 가격은 6만 8391달러에 거래됐다. 우리 돈으로 9000만 원이 넘는 가격으로 1억 원 돌파를 목전에 두고 있다. 비트코인 가격은 올 들어서만 50% 이상 올랐다. 역대 최고가였던 2021년 11월 6만 9000달러대에도 한발 더 가까워졌다. 원화 베이스로는 비트코인 1개당 9685만 원으로 이날 역대 최고가를 기록했다.





금 가격도 사상 최고가 행진 중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금 가격은 전일 대비 1770원(1.98%) 오른 1g당 9만 81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이는 2014년 KRX 금 시장이 거래를 시작한 이래 가장 높은 가격이다. 한국금거래소에서도 금 1돈(3.75g)을 살 때 가격은 이달 2일 기준 38만 1000원으로 최고가를 갈아치웠다.


국제 금 선물 가격도 사상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4일(현지 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4월 인도분 금 선물 종가는 전 거래일 대비 1.5% 상승한 트로이온스당 2126.30달러로 1974년 이후 처음으로 2100달러를 넘어섰다.


금 가격이 뛰자 금 관련 ETF에도 자금이 유입되고 있다. KRX 금 현물 가격을 추종하는 ‘ACE KRX금현물’ ETF는 연초 이후 5% 가까이 상승했고 250억 원가량의 자금이 유입됐다. 안전자산인 금과 위험자산인 비트코인이 동시에 사상 최고가를 새로 쓰고 있는 것이다.


시장에서는 다양한 원인이 복합적으로 결합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그 중심에는 대표 안전자산인 달러에 대한 못 미더움이 자리하고 있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비트코인이나 금은 달러 가치가 하락할 것으로 예상될 때 가격이 올라가는 경향이 있다”며 “하반기 미국의 금리 인하가 예상되는 만큼 달러의 반대편에 있는 금과 비트코인에 동시에 수요가 몰리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국내 증권사의 한 관계자 역시 “현재 미국의 국가부채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100%를 돌파해 기록적인 증가 속도를 보이고 있다”며 “지난해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이후 투자자들 사이에서 달러가 안전하다는 인식에 금이 가면서 달러를 대체하는 그릇이 될 수 있는 금과 비트코인으로 자금이 몰리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와 관련해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은 최근 한 인터뷰에서 미국의 현재 부채 수준에 대한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그는 “현재 의회는 돈을 빌려 미래 세대에 더 많은 부채를 전가하고 있다”며 “장기적으로 미국은 경제성장보다 부채가 더 빨리 증가하는 지속 가능하지 않은 재정 경로에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 중국 등 글로벌 중앙은행들은 달러 대신 지속적으로 금을 매입하고 있다.


‘디지털 금’으로 불리는 비트코인은 통상 위험자산으로 분류되지만 올 1월 미 증권거래위원회(SEC)가 비트코인 현물 ETF를 승인해준 데 더해 지난 몇 년간 지정학적 위기가 고조되면서 안전자산으로서 성격이 부각되는 추세다. 김정현 신한자산운용 ETF본부장은 “현물 ETF 승인이 모멘텀이 돼 비트코인뿐 아니라 이더리움도 동반 강세가 나타나는 상황”이라며 “4월 반감기에 따른 공급 감소 효과와 하반기 금리 인하 기대, 미 대선 후 정책 기조 변화가 예상되는 점이 추가 상승을 지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당시 비트코인을 통해 후원금이 몰렸던 것처럼 일각에서는 전쟁 발발 시 비트코인이 최고의 가치 교환 수단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그렇다면 향후 두 자산 가격 전망은 어떨까. 이에 대해서는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갈린다. 이들의 가격을 결정하는 요인이 명백히 다른 만큼 그에 따른 변화를 지켜봐야 한다는 분석이다. 홍춘욱 프리즘투자자문 대표는 “현재 두 자산 가격의 방향이 같다고 해서 성격까지 같은 것은 아니다”라며 “금은 달러에 대한 헤지 자산으로 우크라이나·러시아,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등 지정학적 우려가 커질수록 상승하는 한편 비트코인은 위험자산인 나스닥지수와 연동돼 이를 둘러싼 거시 환경에 따라 향후 가격도 움직일 것”이라고 했다.


김 본부장은 “둘 사이 뚜렷한 연계성은 없지만 두 자산 모두 각개의 자산에서 안전자산이라는 심리가 존재한다”며 “비트코인은 4월 반감기 이슈와 현물 ETF 자금 유입에 따른 상승 동력이 존재하고 금은 수급 측면에서 중앙은행의 매입 등 실질적인 수요가 떠받치고 있어 견조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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