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자 처벌 좌시 않겠다"… 의대 교수들까지 집단행동 조짐

공동성명·삭발 이어 '겸직해제' 논의
현장서 교수 떠나면 의료공백 심화
서울대병원, 병동 통폐합 등 검토

정부가 의대 정원 증원 정책에 반대해 근무지를 이탈한 전공의 7000여명에 대해 면허 정지 등 행정처분 사전통지서를 발송한 5일 서울의 한 대형 병원에서 한 의사가 응급실 앞을 지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의 업무개시명령에 불복한 전공의에 대한 대규모 면허정지 등이 임박한 가운데 의과대학 교수들 사이에서도 이상기류가 확산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의대 강의와 함께 병원 진료를 겸하는 의대 교수들이 진료를 거부하는 방안마저 논의되고 있다.


5일 의료계에 따르면 정부가 미복귀 전공의에 대한 대규모 행정처분을 강행하면서 의대 교수들 사이에서 더는 가만히 있을 수 없다는 분위기가 확산하고 있다. 의대 교수들은 정부의 전공의 처벌 강행과 의대 증원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공동 성명, 삭발식, 사직 등 행동으로 옮기는 모습을 보였다.


서울아산병원과 울산대병원, 강릉아산병원 등 3개 병원을 수련병원으로 둔 울산대 의대 교수들은 정부의 전공의 처벌에 반기를 들고 나섰다. 이들은 성명서를 내고 “전공의들을 겁박하는 정부의 사법처리가 현실화한다면 스승으로서 제자를 지키기 위한 행동에 나설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날 오전 강원대 의대 앞에서는 이 대학 교수들이 삭발을 단행했다. 삭발식에서 교수들은 “지난주 진행한 교수 회의에서 77%가 의대 증원 신청을 거부한다는 의견을 표명했지만 이를 전혀 반영하지 않았다”고 항의했다. 강원대는 기존 의대 정원 49명의 3배에 육박하는 140명으로 증원해달라고 교육부에 요청했다.


앞서 연세대와 고려대 의대 교수들도 “제자들에 대한 부당한 처벌이 현실화하면 스승으로서 절대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의대 교수들이 집단행동에 나설 조짐도 나타나고 있다. 서울대병원 교수 일부는 전날 열린 긴급 교수간담회에서 전공의 보호에 나서지 않는 김영태 서울대병원장과 김정은 서울의대 학장의 사퇴를 요구했다. 일부 교수들은 이들이 사퇴하지 않을 경우 집단행동에 나설 가능성도 시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아산병원 교수들도 ‘사직’과 ‘겸직 해제’ 등 어떻게 집단행동을 벌일지 투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병원 측은 공식적으로 진행되는 사안은 아니라면서도 일부 교수들이 자체적으로 의견을 취합하고 있을 가능성은 열어뒀다.


의대 교수는 대부분 학교 강의와 병원 진료를 동시에 하는 ‘겸직’ 신분인 경우가 많은데, 겸직 해제를 요청하는 방식으로 집단행동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현재 전공의들이 떠난 빈 자리를 메우고 있는 교수들이 겸직을 거부하면 의료 공백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질 수 있다.


전임의들의 현장 이탈도 가속하고 있다. 전임의는 전공의 과정을 마치고 전문의 자격을 취득한 뒤 병원에서 세부 진료과목 등을 연구하면서 환자를 진료하는 의사들을 말한다. 진료 경험 등이 많기 때문에 전공의보다 더 중요한 역할을 병원에서 수행한다.


‘빅5’로 불리는 서울시내 대형병원 중 삼성서울병원, 서울아산병원, 서울성모병원은 전임의의 절반 정도만 남아있다고 밝혔다. 이들 병원은 새로 계약해 출근을 앞두고 있던 전임의가 들어오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서울대병원은 전공의만큼은 아니지만 전임의 역시 일부 이탈이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돌아오라고 독려 중이다. 전임의 재계약은 통상 2월 말이나 3월 초에 이뤄지는데, 서울대병원은 이달 중순까지만 근무 의사를 밝히면 되도록 기간을 대폭 유예했다.


병원들은 수술을 축소하고 진료를 연기하던 데에서 나아가 병동을 통폐합하고 병상 수를 대거 축소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서울대병원은 병동 통폐합 등을 검토하면서 남아있는 인력으로 환자를 효율적으로 볼 수 있는 대책을 마련 중이다.


서울대병원은 이미 수술 축소에 따른 입원환자 감소 여파로 암 단기병동 등 일부 병동을 축소 운영하고 있다. 암 단기병동은 암환자들이 항암 치료 등을 위해 단기로 입원하는 병동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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