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랄음식·K컬처·뷰티…‘큰손’ 무슬림 모신다

■ ‘한국 속 아랍 세상’ 민관 관광협의체 출범
중동관광객 1인 평균 10일 체류·1700弗 지출
문체부·관광공사 관광 활성화 협의체 꾸려
정부, 병원·호텔·백화점·면세점 등과 손잡고
중동 특화상품 만들어 GCC 5만명 유치 목표

무슬림 관광객들이 한식 김치 담그기 체험을 하고 있다. 사진 제공=한국관광공사

2022년 11월 한국을 방문한 사우디아라비아 실권자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는 많은 특급 호텔들을 제치고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 묵었다. 빈 살만 왕세자 일행은 선발대 포함해 2주 동안 롯데호텔 서울 객실 400여 개를 사용했다. 롯데호텔 측은 철저한 준비에 나섰다. 가장 큰 이슈는 역시 음식이었다고 한다. 호텔 측은 무슬림에 맞춘 ‘할랄’ 인증 식사를 제공했고 이는 까다로운 사우디 왕족 일행도 만족할 만한 것이었다. 롯데호텔은 2017년 한국관광공사가 지정한 ‘무슬림 친화 레스토랑’에 선정됐다.


중동 아랍인들은 까다로운 만큼 국내 관광 업계에 수익도 많이 제공한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2019년 기준 방한한 사우디 등 중동 걸프협력이사회(GCC) 6개국 출신 관광객들은 평균 10.5일을 체류하며 1인당 1695달러를 지출했다. 이는 같은 시기 전체 외래 관광객 평균 체류 기간 6.7일과 지출 1239달러에 비해 각각 56%, 36% 높다. 이들은 주로 개별 여행 형태로 가족·친지들과 방문하는 특징이 있다.


전 세계 무슬림 관광 시장은 2019년 기준 1940억 달러 규모로 글로벌 전체의 12%를 차지한다. 이 가운데 중동은 전 세계 무슬림들의 본산이라는 점에서 중동인 관광객의 방한 유치는 무슬림 관광 시장 경쟁에서 바로미터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무슬림 관광객들이 서울 인왕산을 등반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지난달 28일 출범시킨 민관 협의체 ‘알람 아라비 코리아’가 주목받고 있다. 알람 아라비 코리아는 ‘한국 속 아랍 세상’이라는 뜻을 가진 아랍어로 중동 방한 관광 활성화를 위한 민관 협의체다. 즉 무슬림 중동 친화적 관광 환경을 만들겠다는 취지다.


이날 출범식에서는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관광 담당 2차관을 비롯해 주한 아랍에미리트(UAE), 오만,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 쿠웨이트 등 중동 GCC 5개국 대사와 국내 관광 관련 31개 기업 관계자가 참석해 상호 협력을 약속했다. 말 그대로 중동 아랍인들에 대한 응대 수준을 롯데호텔급으로 올리자는 것이다.


이날 출범식에서 유인촌 문체부 장관은 “아랍 속담에 ‘손님이 오지 않는 집은 천사도 오지 않는다’가 있다”면서 “대한민국은 친절하고 안전하고 행복한 여행지라는 것을 (중동 대사들에게) 보증한다”고 분위기를 띄우기도 했다.



무슬림 관광객들이 태권도 체험을 하고 있다.

협의체에 참여한 민간 기업은 강남제이에스병원 등 의료기관 9곳과 롯데호텔 등 호텔 11곳, 제니하우스 등 미용 3곳, 백화점과 면세점 등 쇼핑 3곳, 대한한복 등 K컬처 4곳, 식음료 1곳 등 모두 31개 업체다. 아랍인들의 뷰티 관광에 대한 기대에 따라 의료기관과 미용 기업이 대거 참여한 것이 눈에 띈다.


협의체는 향후 분기별로 회의를 갖는다. 문체부와 한국관광공사는 중동 관광객을 대상으로 정보를 제공하고 기업들은 중동 특화 관광 상품을 개발 서비스한다. 여기에 카타르 문화관광대전(5월)과 ‘두바이 K관광 로드쇼(11월)’ 등 중동 현지에서 열리는 한국 관광 해외 홍보 행사가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으로 보인다.


협의체 취지를 설명한 이학주 한국관광공사 국제관광본부장은 “한국을 매력적인 관광 목적지로 포지셔닝하고 한·중동 상호 문화 교류를 촉진할 것”이라며 구체적으로 “글로벌무슬림관광지수(GMTI) 순위 10단계 상승이 목표”라고 밝혔다. GMTI는 무슬림 친화적인 관광지를 뜻하는데 2019년 한국은 34위였다. 1위가 말레이시아, 일본은 25위였다.



무슬림 관광객들이 한옥에서 한국 전통놀이를 체험하고 있다.

이와 함께 한국관광공사는 단기적으로 가족 단위, 럭셔리, 의료 웰니스 관광객과 함께 쇼핑·뷰티를 선호하는 2040 여성층 및 K팝·드라마 등 K컬처 애호층에 집중하고 또 중장기적으로는 비즈니스 여행객과 학교·교육 관계자에게 붐을 확산하겠다는 비전을 내놓았다.


참여 기업인들도 기대를 보였다. 김나민 강남제이에스병원 원장은 “중동 환자들이 구매력이 높고 윤택하다고 하지만 함부로 돈을 써지는 않는다”면서 “(협의체에) 도움 드릴 것이 있고 받을 것은 훨씬 더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식음료 기업인 고릴라 F&D 박재근 대표는 “중동과의 문화 교류의 축은 음식”이라면서 “국내 할랄 음식은 이제 겨우 발걸음을 뗀 단계로 인증 제도에 대한 많은 교육과 홍보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지난달 2월 28일 ‘알람 아라비 코리아’ 출범식에서 유인촌(앞줄 가운데) 문체부 장관과 장미란 차관 등 관계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제공=문체부

한국관광공사는 3년 이내 중동 GCC 6개국으로부터 관광객 5만 명 유치를 목표로 하고 있다. 지난해 한국을 찾은 GCC 방문객은 3만 1029명으로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인 2019년 대비 90%의 회복률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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