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세자빈 정말 무슨 일 있는 거 아니야?"…두문불출에 '음모론' 일파만파

연합뉴스

지난 1월 수술 후 요양 중인 영국 케이트 미들턴 왕세자빈이 7주간 자취를 감추자 소문이 난무하고 추가 정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왕실의 비밀주의 전통이 또다시 시험대에 올랐다.


왕세자빈은 1월 16일 복부 수술을 받고 약 2주간 입원한 이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으며 퇴원길이나 요양 사진을 공개하지도 않았다.


왕실은 입원 사실을 발표하면서 부활절(3월 31일) 전에는 업무에 복귀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후 인터넷과 소셜미디어는 그가 위중하다는 둥 확인되지 않은 온갖 소문으로 들썩였다.


짧지 않은 입원·회복 기간, 사진 미공개 등으로 미뤄 간단하지 않은 수술로 추측된 데다 남편 윌리엄 왕세자도 함께 3주간 대외활동을 멈췄기 때문이다.


활동을 재개한 왕세자가 지난달 27일 지근거리인 윈저성 성조지 예배당에서 열린 전 그리스 국왕 추도식을 약 1시간도 남기지 않은 시점에 개인적 사유로 불참한다고 발표하면서 루머에는 불이 붙었다.


왕세자빈이 계속 잘 회복하고 있다는 왕실 해명도 진화엔 역부족이었다.


40대인 왕세자 부부는 찰스 3세 국왕 부부보다 대중적 인기가 높은 만큼 일거수일투족이 주목받는다.


영국 왕실은 전통적으로 가족의 신변과 관련해 "불평하지 않되, 설명하지 않는다"는 대외 전략을 써 왔다.


이 전통은 찰스 3세 국왕이 왕세자 시절 다이애나와의 불화, 커밀라 파커 볼스(현 커밀라 왕비)와 불륜을 이어갔을 때, 왕실과 결별한 해리 왕자가 자서전을 출간했을 때 잇따라 흔들린 바 있다.


다이애나는 왕실 전기 작가 앤드루 모턴의 '나, 다이애나의 진실'(Diana, Her True Story) 작업에 협력했고, BBC에 출연해 찰스와 커밀라의 불륜을 가리켜 "우리 결혼엔 셋이 있어서 좀 혼잡했죠"라는 발언으로 왕실을 뒤집어놨다.


지난해에는 영국을 떠나 미국에 사는 해리 왕자가 자서전 '스페어'를 출간해 가족간 불화, 마약 복용 경험 등을 세세하게 공개했다.


이런 돌발 사건에도 왕실은 여전히 대중에 불평도, 설명도 하지 않는다는 전략을 대체로 유지하고 있다.


문제는 영국 왕실에 대한 세계 언론의 취재 경쟁이 그렇지 않아도 공격적이었는데 기술 발달로 온갖 소문과 가짜뉴스까지 급속히 확산하는 시대가 됐다는 점이다.


1월 28일에는 스페인 지상파 텔레친코 뉴스 프로그램 진행자 콘차 카예하가 방송에서 "수술 후 큰 위기에 빠져 의료진은 혼신의 힘을 다해야 하는 상황이었다"고 주장했다.


영국 대중지나 왕실 평론가들도 연일 왕세자빈의 부재를 소재로 쓰고 있다.


데일리메일의 칼럼니스트 어맨다 플라텔은 왕세자빈의 부재가 마치 '사별'처럼 느껴진다며 "윌리엄, 가자전쟁에 대해 설교 말고 케이트가 어떤지나 말해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왕세자빈의 수술과 비슷한 시기 암 진단을 받은 사실을 공개한 찰스 3세 국왕은 퇴원하는 모습이나 총리와 접견하는 모습, 위문 카드를 받는 모습을 공개했다. 이에 버킹엄궁과 켄싱턴궁이 엇박자를 낸다는 지적도 나왔다.


켄싱턴궁은 왕세자빈이 부활절까지 계속 휴식하고 중대한 변화가 없다면 추가 정보 공개는 없다는 입장만 되풀이했다.


공영 방송 BBC는 왕세자빈의 건강에 대해 왕실이 얼마나 정보를 공개해야 할지 딜레마에 빠졌다며 찰스 3세와 왕세자빈은 다른 처지라는 점을 짚었다.


이 방송은 "버킹엄궁은 현재 활동 중인 국왕이 일부 임무를 수행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느끼지만 왕세자빈이 대중에 공개돼야 한다는 압박은 그와는 다르다"며 "그는 왕이 아니고 프라이버시를 지키고 싶어 한다"고 지적했다.


ITV 방송도 왕세자 추도식 불참 등으로 보면 왕세자빈을 둘러싼 '야단법석'에는 이유가 있다면서도 "심각한 수술임이 분명해 보이고 장자(조지)가 10세밖에 안 된 불안정한 시기인 만큼 조용히 회복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간 텔레그래프는 '불평도, 설명도 하지 말라'는 전통은 엘리자베스 2세 시대에 들어맞았던 것이었다며 이번 사태가 끝나면 차세대인 왕세자 가족에게도 '21세기에 적합한 버전을 찾아낼 기회'가 올 수 있다고 전망했다.


미성년자 성추문으로 자숙 중인 찰스 3세의 동생 앤드루 왕자가 왕실 공백을 틈타 등판한 점도 구설에 올랐다.


2022년 '전하' 호칭을 박탈당한 앤드루 왕자는 지난달 27일 왕세자가 급작스럽게 참석을 취소한 콘스탄티노스 2세 추도식에 전처 세라 퍼거슨과 함께 왕실 대표 인사로 등장해 영국 언론을 장식했다.


일간 가디언의 머리나 하이드 칼럼니스트는 "왕세자빈에 대한 정보가 부족한 상황에서 왕실 골수팬들이 점점 신경질적인 불만을 보이고 있다"며 "그 공백으로 앤드루가 들어왔다. 왕실이 'B팀'까지 불러들였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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