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의사과학자 없는 K바이오

한민구 바이오부 기자



한민구 바이오부 기자

코로나 팬데믹을 거친 후 국내 제약·바이오 산업은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세계보건기구가 12번째로 인정한 코로나 백신 개발에 성공했고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세계 1위 규모의 생산 능력을 토대로 위탁생산(CDMO) 분야의 ‘초격차’를 벌렸다.


그러나 제약·바이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장밋빛 미래를 그리기엔 시기상조”라며 “이제 걸음마를 시작한 단계”라고 지적했다. 국내 최초로 개발된 코로나 백신은 전 세계 최초 백신보다 1년가량 늦어 시장 선점에 실패했고 중국과 인도가 CDMO 분야를 매섭게 추격하고 있는 만큼 결국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바이오의약품 개발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성적이 관건이라는 취지다.


제약·바이오가 국가 경제를 견인하는 산업으로 성장하려면 신약 개발 역량을 높여야 한다는 데 이견이 없다. 신약 개발을 위해서는 연구개발(R&D)을 이끌어갈 의사과학자가 반드시 필요하다. 세계 상위 10개 제약사 최고과학책임자(CSO)의 70%가 의사과학자다. 하지만 국내에서 배출되는 의사과학자 수는 초라하기 그지없다. 미국 의과대학은 전체 의대 졸업생의 3.7%가 의사과학자로 성장하지만 지난 3년간 국내에서 배출된 의사과학자는 의대 졸업생의 1.6%에 불과하다.


국내에 의사과학자가 적은 것은 임상의 대비 열악한 처우가 원인으로 꼽힌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정부출연연구소 25곳의 초임 평균 연봉은 지난해 기준 4313만 원으로 전문의 평균 연봉인 2억 3690만 원과 다섯 배 이상 차이 난다. 부족한 연구 지원으로 대다수 의대·병원이 진료 수익으로 경영을 유지하고 연구와 교육이 후순위로 밀리는 점도 문제다. 정부가 연일 의대 정원 확대에 드라이브를 걸지만 임상의사만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의대 정원 확대와 관련해 “우리에게 닥쳐올 첨단 산업을 담당할 확실한 인재를 더 확실하게, 충분히 확보하려는 것이 대단히 큰 목적 중 하나”라고 강조했다. 방향을 설정했다면 세부 지원 방안을 다듬을 때다. 의사과학자들이 병역을 전문 연구 요원이나 임상 연구로 대신할 수 있는 등의 지원책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