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트럼프 대비해야" 주문에…한은, 美 ‘보수 교과서’ 연구

美 헤리티지 재단 '리더십을 위한 지침' 정리
트럼프 당선 대비해 선제적 대응 필요성 강조
대통령실·기재부 등에도 보고서 번역본 전달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달 22일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은행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집권에 대비해 미국 싱크탱크 헤리티지재단의 보수 정책 제언 보고서 ‘리더십을 위한 지침: 보수의 약속’ 분석에 나섰다. 11월 미국 대선에서 공화당이 승리할 경우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이 보고서에 기반해 정책을 설계할 가능성이 크다는 이창용 한은 총재의 판단에서다.


7일 서울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한은은 최근 보고서 ‘리더십을 위한 지침’ 번역을 마치고 내용 분석을 시작했다. ‘리더십을 위한 지침’은 미국 보수 인사들의 기고문으로 구성된 정책 제언 보고서로 1981년을 시작으로 총 아홉 차례 발표됐다. 공화당의 대선 승리 시 인수위원회가 참고하는 자료로 보수 정책의 교과서로도 불린다.


한은이 분석 중인 보고서는 지난해 4월 발간됐다. 핵심 내용은 차기 행정부가 △미국 가족 및 자녀 보호 △국민의 자치권 확대 △미국의 주권·국경·영토 보호 △헌법이 보장하는 자유 보장 등 네 가지 가치 회복에 주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한 사회·복지, 이민, 무역, 외교정책 설계 방향에 대한 제언이 담겼다. 중국 제품에 대한 관세 강화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등 동맹국에 국방비 분담 확대 요구 같은 정책 제안이 포함됐다.


이번 작업은 이 총재의 주문으로 시작됐다. 2017~2021년 트럼프 행정부 당시 이 총재는 국제통화기금(IMF) 아시아태평양국장을 지내며 ‘트럼프 충격’을 일선에서 지켜본 바 있다.


이 총재는 이달 1일 한국경영자총협회 기조연설에서도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선될 경우 경제정책이 어떻게 변하는지가 초미의 관심사”라고 말하기도 했다.


보고서 번역본은 최근 대통령실에도 보고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F4(Finance4)’ 회의를 통해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에도 전달됐다. 한은의 한 관계자는 “구체적인 정책 제언이 담긴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다만 (트럼프 당선 시) 보고서를 상당 부분 참고해 정책이 설계된다면 세계경제의 불확실성은 매우 커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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