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분 만에 80% 충전…‘초격차’로 진화하는 K배터리

■인터배터리 달군 4대 핵심기술
①셀투팩, 전기차 성능에 큰 영향
엔솔 파우치형·SDI 각형 각축전
②SK온, 최고속도 SF배터리 첫선
SDI는 '9분 80% 충전' 2년뒤 양산
③고밀도·화재 위험 낮은 전고체
로드맵 먼저 공개한 SDI가 선도
④폐배터리 재활용 성장세 속
에코프로·성일하이텍 등 두각

삼성SDI가 개발한 각형 전고체가 7일 인터배터리2024 부스에 전시돼 있다. 이건율 기자

배터리 산업 전시회인 ‘인터배터리 2024’의 둘째 날 행사가 열린 7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 행사장은 뜨겁게 달아올랐다. 전날 개막식에는 국내 주요 배터리 회사의 대표들이 총출동하며 행사의 분위기를 띄웠다면 이날은 각 회사들이 최초로 선보인 배터리 초격차 기술들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기 위해 찾은 인파들로 북적였다.


배터리 조립 과정에서 모듈 단계를 과감하게 생략해 배터리의 주행거리를 늘리는 셀투팩(Cell-to-Pack) 공정 기술부터 단 9분 만에 배터리 용량의 80%까지 충전할 수 있는 초고속 충전 기술, 꿈의 배터리로 불리는 전고체 배터리 양산 기술, 폐배터리 재활용 기술 등 다양한 배터리 혁신 기술들이 관람객들의 시선을 끌었다.





◇무게는 줄이고 주행거리는 늘리고…'셀투팩' 기술 각축전=삼성SDI와 LG에너지솔루션은 행사 부스에 자동차 하단과 유사한 목업 제품을 전시하며 자사의 ‘셀투팩’ 기술을 뽐냈다. 셀투팩이란 전기차 배터리 제조 과정에서 ‘모듈 단계’를 배제한 공법을 뜻한다. 개별 셀들이 모듈로 결합되고 팩으로 또다시 합쳐지는 기존 과정에서 한 단계를 제외한 것이다.


셀투팩 기술을 활용하면 모듈로 결합할 때 발생하는 추가적인 부피와 무게를 줄일 수 있다. 전기차의 성능·생산성 향상에 즉각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어 테슬라 등 해외 기업들도 개발에 뛰어들고 있다. 이번 전시를 찾은 김동명 LG엔솔 사장도 가장 눈에 띄는 아이템으로 셀투팩 기술을 뽑았다.


양 사는 다른 형태의 배터리에 셀투팩 기술을 적용했다. 삼성SDI는 각형 배터리에 셀투팩 기술을 적용했다. 모듈 과정에 필요한 부품을 줄여 무게를 20%가량 감소시키면서도 에너지밀도는 유지했다. 반면 LG엔솔은 파우치형 배터리를 활용했다. LG엔솔 관계자는 “경쟁사와 비교하긴 어렵다”면서도 “파우치형 배터리의 단점으로 꼽혔던 안정성은 보완했으며 가볍고 공간 활용성이 뛰어나다는 장점은 극대화했다는 것에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인터배터리2024 SK온 전시부스를 찾은 관람객들이 7일 가득 차 있다. 이건율 기자

◇급속충전 ‘마의 10분’ 벽 깼다…‘꿈의 배터리’ 전고체도=급속충전 기술도 더욱 업그레이드됐다. SK온은 상용화된 배터리 중 가장 충전 속도가 빠른 어드밴스드 SF(Super Fast) 배터리를 공개했다. 기존에 공개한 하이니켈 SF 배터리 대비 에너지밀도는 9% 늘리면서도 충전 시간을 유지한 제품으로 현재 기아 EV9에 탑재돼 있다. 일반적으로 에너지밀도가 10% 증가하면 급속충전 시간은 20% 증가한다. 삼성SDI는 9분 만에 8%에서 80%로 충전이 가능한 초급속충전 기술을 발표했다. 현재까지 발표된 충전 기술 중 가장 빠른 수준이다. 양산 목표 시점은 2026년이다.


꿈의 기술로 불리는 전고체 배터리 기술에서 앞서간 주인공은 삼성SDI다. 삼성SDI는 이번 전시에서 업계 최고 밀도인 900㎾/L의 전고체 배터리 양산 준비 로드맵을 최초로 공개했다. 전고체 배터리는 액체 전해질 대신 고체를 사용해 화제 위험성을 줄이고 에너지밀도를 높인 배터리다. 독자적으로 조성한 고체 전해질 소재와 무음극 기술을 적용했다는 것이 삼성SDI 측 설명이다. 삼성SDI의 양산 예상 시점은 2027년으로 SK온과 LG엔솔도 전고체 개발에 집중하고 있는 만큼 향후 글로벌 시장을 선점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266조 폐배터리 재활용 기술도 대거 공개=향후 시장 규모가 2000억 달러 이상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는 폐배터리의 재활용·재사용 기술도 화두에 올랐다. 가장 눈에 띄는 기업은 에코프로와 성일하이텍이다. 에코프로는 국내에 유일한 배터리 양극 소재 밸류체인을 구축했다. 에코프로비엠 및 에코프로이엠과 함께 배터리 제작 과정부터 폐배터리 리사이클링 작업까지 도맡겠다는 구상이다. 성일하이택 측은 2008년부터 공장을 가동해 모든 종류의 배터리에 대한 처리가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현재 전기차 팩 기준 3만여 대를 처리해 코발트·니켈·알루미늄 등 수만 톤 분량의 원소를 정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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