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AMD 임원도 자사주 매각… AI 랠리 '고점' 찍었나

올해들어 주가가 2배 가까이 오른 인공지능(AI) 대표주 엔비디아 고위 임원 두명이 보유 주식 2400억 원 가량을 매각했다. 최근들어 빅테크 최고위 임원들의 자사주 매도 소식이 이어지며 주가가 고점에 다다른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미국 캘리포니아 산타클라라에 위치한 엔비디아 본사. AFP연합뉴스


7일(현지 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텐치 콕스·마크 스티븐스 엔비디아 이사는 최근 보유 주식 20만 주와 1만2000주를 각각 매각했다.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에 따르면 매도 가격은 850.03~855.02달러로, 두 이사의 총 매도액은 1억8000만 달러(약 2391억 원)에 달한다.


두 이사는 엔비디아에 장기간 재직한 ‘터줏대감’이다. 콕스 이사는 벤처캐피탈 서터 힐 벤처스 매니징 디렉터 출신으로 엔비디아가 창업한 1993년에 합류했다. 30년 이상 엔비디아에 재직하며 그간 스톡옵션 등을 다수 확보해, 20만 주를 매각했음에도 370만 주 이상을 보유 중이다. 스티븐스 이사 또한 2008년 엔비디아에 합류해 재직 기간이 15년을 넘어선다.


두 이사가 주식을 매각한 이유는 알려지지 않았다. 주가 급등에 따라 단순 차익실현에 나섰다는 분석이 따른다. 엔비디아 주가는 지난해부터 AI 붐을 타고 급격히 상승해왔다. 2022년 말 146달러였던 주가는 이날도 4.47% 올라 926.69달러에 마감했다. 올 1월부터 현재까지 상승률만 92.39%다.


엔비디아를 비롯한 AI 관련주 주가는 상승일로를 그리고 있으나, 경영진 주식 매각 소식이 계속되며 시장이 과열된 게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실제 엔비디아의 그래픽처리장치(GPU) 시장 경쟁사인 AMD 리사 수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23일 회사 지분 2000만 달러(약 265억 원)를 매각했다고 SEC에 신고했다. 2019년 이후 수 CEO가 스톡옵션이 아닌 주식을 처분한 것은 처음이다. AMD 또한 올해들어 주가가 52.53% 상승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수 CEO 또한 현 시점 주가가 고점에 가깝다는 판단을 내린 셈이다.


타 빅테크 창업자들도 연달아 자사주를 팔고 있다.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는 2월에만 세차례에 걸쳐 총 60억 달러(약 7조9500억 원)의 주식을 팔았다. 마크 저커버그 메타 창업자 겸 CEO도 지난해 말 128만 여 주를 총 4억2800만 달러(약 5670억 원)에 매각했다. 월가에서도 AI 거품에 대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골드만삭스는 최근 투자자 메모를 통해 “최근 기술주 가격 하락에 베팅하는 헤지펀드 비율이 늘고 있다”고 전했다. 톰 이샤 더세븐스리포트 회장 또한 “끊임없는 랠리가 펀더멘털의 실질적, 지속적인 개선에 대한 합리적인 기대를 넘어섰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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