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일자리 매달 8만개 사라져…"노동 유연성 제고 서둘러야"

■커지는 MZ세대 고통…대증요법만 봇물
청년층, 월급 적은데 금리부담은 커
중장년과 자산격차 2.3억으로 확대
소형평수 전셋값 뛰어 주거도 불안
선거앞둔 여야, 현금 지원에만 집중
구조개혁 통한 근본대책 마련 절실

연합뉴스

서울에 거주하는 30대 초반 직장인 B 씨는 최근 물가가 가파르게 오르면서 저가 휴대폰 요금제로 바꿨다. 4년 전에 샀던 휴대폰의 약정을 1년 추가하고 음악 구독 서비스도 최근에 해지했다. B 씨는 8일 “최근 나온 기후동행카드를 활용해 교통비도 아끼고 있다”며 “물가가 급격히 오르고 있어 비용을 크게 줄이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B 씨뿐만이 아니다. 다른 연령층에 비해 상대적으로 소득과 자산 여건이 나쁜 MZ세대 입장에서 고물가는 더 뼈아프다. 양질의 청년 일자리는 줄어들고 있는데 집을 사기에 대출금리는 너무 높아 MZ세대의 상대적 박탈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실제 청년층 관련 통계는 좋지 않다. 통계청에 따르면 1월 청년층(15~29세) 취업자는 8만 5000명 감소했다. 구직활동을 하지 않는 30대 ‘쉬었음’ 인구도 전년보다 2만 1000명 늘어 두 달 연속 증가세를 나타냈다. 60세 이상 취업자가 35만 명 늘어난 것과 대비되는 대목이다. 20대만 놓고 보면 지난해 월평균 일자리가 전년 대비 8만 1750개씩 사라졌다. 20대 평균 임금 근로소득은 2022년 기준 255만 원으로 전체 평균(353만 원)에 비해 100만 원가량 낮다.





금융 여건도 나쁘다. 서울경제신문이 한국은행의 대출금리 통계를 분석한 결과 서민과 대학생, 사회초년생이 이용하는 저축은행의 가계대출 예대금리 차이는 지난해 10.68%포인트에서 올 1월 10.81%포인트로 상승했다. 신용협동조합도 같은 기간 2.02%포인트에서 2.14%포인트로 뛰었다. 금융기관의 예대금리 차이가 벌어졌다는 것은 대출자 입장에서 보면 상대적으로 더 많은 금리를 부담했다는 뜻이다. 양경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해 말 29세 이하 다중채무 개인사업자의 연체율은 6.59%로 전체 평균(3.15%)보다 2배 이상 높았다.


이렇다 보니 젊은 층과 기성세대 사이의 자산 격차는 더 커지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 분석을 보면 39세 이하 청년층의 순자산은 2019년 평균 2억 2000만 원에서 2022년 2억 6000만 원으로 4000만 원 늘어나는 데 그쳤다. 같은 기간 40세 이상 중장년층의 순자산은 평균 3억 8000만 원에서 4억 9000만 원으로 늘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중장년층과 청년층 사이의 자산 격차가 1억 6000만 원에서 2억 3000만 원으로 확대된 것이다.


살만한 집도 마땅치 않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3월 첫째 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세 가격은 지난주(0.05%)보다 0.08% 상승하며 42주 연속 오름세를 나타냈다. 전국 아파트 전세 가격 역시 0.03% 올라 지난해 7월 10일 이후 8개월 연속 상승세를 기록했다. 규모별로 보면 135㎡(-0.05%) 이상의 대형 평수는 약세를 나타냈지만 40㎡ 이하(0.04%), 40~60㎡(0.05%) 등 소형 평수에서 상승률이 두드러졌다. 청년들의 주거 여건이 지속해서 악화하고 있는 셈이다.


현재 4월 총선을 앞둔 정치권에서는 청년 대책을 앞다퉈 내놓고 있다. 민주당은 저출생 극복을 이유로 신혼부부에게 1억 원을 대출해준 뒤 원리금을 차등 차감해주는 정책을 발표했다. 월 20만 원대 대학생 기숙사 5만 가구 공급, 월 3만 원만 내면 대중교통을 무제한 이용할 수 있는 청년 패스를 약속하기도 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5일 경기 광명에서 청년 지원 정책을 주제로 개최한 민생 토론회에서 수영장·헬스장 시설 이용료에 대한 문화비 소득공제와 교통비·문화비 지원 등의 대책을 발표했다. 신생아 특례대출과 청년 주택드림대출 등을 시행하는 등의 청년 주거 안정책도 내놓았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대책은 대증요법에 불과하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정치권의 정책은 총선을 앞두고 현금 지원과 공공주택 공급에만 집중해 근본적인 해법이 되지 못한다는 것이다. 재원 문제도 논란거리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재원을 어떻게 마련할지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않았다면 포퓰리즘”이라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늪에 빠진 청년층을 구제하기 위해서는 그동안 미뤄왔던 노동 개혁을 포함한 구조 개혁을 총선 이후 적극 추진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관가에서조차 정부가 단기적인 경제 성과에 집중하고 있어 구조 개혁에 대한 논의를 뒷전으로 미뤄두고 있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온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과 교수는 “우리나라는 노동시장 유연성이 많이 떨어져 한 번 고용을 하면 쉽게 해고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며 “기업 입장에서는 청년 채용 등을 꺼릴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