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 과도한 책임준공 의무 개선…공사비 갈등 해소도 지원"

■ 국토장관, 건설업 간담회
금융사에도 PF 리스크 분담 요구
주택공급 차질 없도록 노력 최선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자금 조달 통로를 지분 투자 중심으로 바꾸겠다고 밝힌 것은 우리나라 PF 구조가 대출 위주로 기형적으로 쏠려 있기 때문이다. 건설 시행사들은 부동산 개발을 할 때 총 비용의 5~10%만 확보한 뒤 사업 초기부터 브리지론 등 PF 대출을 과도하게 일으켜 사업을 진행한다. 분양을 한 뒤 분양 계약자로부터 자금을 확보해 대출을 상환하는 구조다. 하지만 고금리 및 부동산 침체기에는 분양 계약자를 찾기 어려워 PF대출 이자 상환도 힘들어지기 때문에 건설사 생존의 걸림돌로 작용한다.



박상우(오른쪽) 국토교통부 장관이 8일 서울 강남구 건설회관에서 열린 건설경기 회복 및 PF 연착륙 지원 간담회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권욱 기자


정부가 PF 사업에서 지분 투자 비중을 늘리는 방안을 추진하는 것은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국토부 관계자는 “큰 그림은 PF 사업에서 지분 투자 구조의 자금 조달 비중을 늘리겠다는 것”이라며 “지분 참여의 대상으로 금융권도 포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국내 금융권이 이 같은 대책을 반길지는 미지수다. 특히 금융권의 경우 부동산 경기 악화로 PF 손실을 대비해 충당금을 쌓고 있는 상황에서 지분 투자 형태의 자금을 적극 집행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시행사들 사이에서는 지금과 같은 부동산 혹한기에서는 검토할 만한 대책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한 시행사의 관계자는 “금융권에도 위험 부담을 지게 한다면 오히려 대출 통로가 막힐 가능성도 있다”면서도 “하지만 현재 분위기에서 건설사만 책임지는 구조를 조금 바꿀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박 장관은 건설사에 부과된 과도한 책임준공 의무 등도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책임준공확약은 정해진 계약 기간 내 시공을 마치지 않을 경우 시행사 대신 PF 대출 채무 등을 건설사가 책임지는 것이다. 계약 기간 내 시공 책임준공과 PF 대주단에 사업 목표로 제시한 분양률에 미치지 못할 경우 할인 분양 수수료와 트리거 수수료까지 떠안는다. 그간 중견 건설사들은 은행에서 PF 대출을 받기 위해 불공정한 책임준공확약 공사를 잇따라 수주해왔는데 부동산 경기 침체로 자본력이 열악한 중견 건설사들은 막다른 골목으로 내몰리고 있는 상황이다.


박 장관은 건설 업계의 주요 애로 사항 중 하나인 공사비 상승 문제도 심도 있게 들여다본다고 밝혔다. 이날 토론회에서 건설 업계는 최근 물가 상승 등에 따라 공기가 연장돼 공사비가 많이 올랐는데 적정 공사비를 받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민간은 물론 공공공사에서도 공사비 인상 갈등은 심각한 수준이다.


박 장관은 “적정 공사비가 보장되지 않을 경우 국민 생활과 밀접한 주요 국책 사업의 지연은 물론 주택 공급에도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며 “공공공사 전 단계에서 걸쳐 공사비가 불합리하게 책정되는 사항을 살펴보고 민간공사에 대해서도 전문기관의 조정 등을 통해 공사비 갈등이 해소되도록 지원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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