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후반의 미혼 직장인 A 씨는 올 들어 배달 음식을 이틀에 나눠 먹고 있다. 최소 주문 금액을 맞추다 보면 혼자 먹기에 양이 많을 때가 있는데 최근에는 식료품 가격이 치솟아 남은 음식을 보관했다가 다시 먹는 것이다. 한 개에 5000원을 오르내리는 사과를 비롯해 가격이 급등한 과일을 사는 것은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 A 씨는 “월급이 오르는 속도에 비해 물가가 너무 빠르게 상승하고 있어 소비를 최대한 줄이고 있다”고 말했다.
금리와 물가가 안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 가운데 청년 고용지표까지 악화하면서 MZ세대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이 때문에 총선 후에는 노동 개혁을 본격적으로 시작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8일 통계청에 따르면 1월 인플레이션(2.8%)에 실업률(3.7%)을 더한 경제고통지수는 6.5로 지난해 4월 이후 최고치다. 지난달에는 물가 상승률이 3.1%로 더 뛰었다. 사과(71%)와 귤(78%)을 포함한 신선식품 가격이 무려 20%나 폭등했다. 청년층(15~29세)만 놓고 보면 어려움은 더 크다. 1월 실업률은 6.0%로 지난해 12월보다 0.5%포인트 상승했다.
20대 실업자는 1월 기준 23만 3000명으로 한 달 새 2만 명 증가했고 30대는 같은 기간 실업자가 1만 4000명 늘었다. 김지운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는 “청년들이 가장 원하는 것은 일 경험”이라며 “기업에 채용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서민과 대학생 등 사회 초년생들이 많이 이용하는 저축은행 같은 2금융권의 예대금리차도 더 커졌다. 정부가 연내 공급하기로 한 청년 주택 11만 가구도 ‘그림의 떡’이다. 대기업에 다니는 30대 중반의 청년이라면 대부분 월평균 소득 140%(470만 원) 조건을 넘어서게 돼 청년 특별공급을 신청할 수 없다. 갈 길을 잃은 청년들은 가상자산 투자에 ‘올인’하고 있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는 “소득이 낮은 주거 취약 계층에는 비용 부담을 획기적으로 줄인 공공주택을 제공하고 일정 소득 이상의 청년에게는 대출금리를 우대하는 등 정책금리 혜택을 높여주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