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 대선’으로 주목받는 인천 계양을 선거구의 판세가 요동치고 있다. 현역 의원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독주 체제를 갖췄다가 공천 파동 속 ‘비명 학살’이 악재로 발목을 잡아 여당의 대항마로 나선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이 턱밑 추격전을 벌이는 양상으로 바뀌었다. 당내 공천 파동으로 이 대표가 타격을 입은 사이 원 전 장관이 지역 곳곳을 돌아다니며 유권자의 이목을 모아 선거 판세가 예측불허라는 분석이다.
8일 여론조사 전문 업체 한국갤럽이 뉴스1의 의뢰로 이달 7일 계양을 선거구에 거주하는 만 18세 이상 50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내일이 선거일이라면 누구에게 투표하겠느냐’는 질문에 이 대표는 45%, 원 전 장관은 41%의 응답률을 기록했다. 두 후보 간 격차는 4%포인트에 그쳐 오차 범위(95% 신뢰 수준에 ±4.4%포인트) 이내다. 이 대표는 여성(48%)과 20(18세 이상 포함·46%)·30대(58%)·40대(63%)의 지지가, 원 전 장관은 남성(45%)과 60대(62%)·70세 이상(61%)의 지지가 높았다.
두 후보간 지지율 격차는 최근 들어 급격히 좁혀지는 추세다. 한 달 전인 2월 1~2일 진행된 여론조사(한길리서치·인천일보, 무선 ARS 전화 조사)에서 이 대표(50.7%)는 원 전 장관(34.3%)에게 16.4%포인트 차로 앞섰다. 그러나 보름 뒤인 2월 17~19일 여론조사(한국리서치·KBS, 전화 면접 조사)에서는 이 대표(44%)와 원 전 장관(34%)의 격차가 10%포인트 차로 줄었다. 계양을은 지역구가 신설된 2004년 17대 총선 이후 2010년 보궐선거를 제외하면 20년간 보수정당 후보가 ‘금배지’를 단 적이 없는 여당의 험지다.
이 대표의 지지율 하락은 ‘친명횡재, 비명횡사’로 점철된 민주당 내 공천 파동과 무관하지 않다. 한국갤럽 조사에서도 계양을 유권자 중 42%는 ‘민주당 공천이 공정하지 않다’고 응답한 반면 국민의힘에 대해서는 35%만 ‘불공정하다’고 답했다.
민주당의 공천 파열음은 이날도 지속돼 당분간 이 대표에 적지 않은 타격을 줄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청년 전략 특구’로 지정된 서울 서대문갑 경선 후보에서 성치훈 전 청와대 행정관을 제외하고 이 대표의 최측근인 정진상 전 당대표 정무조정실장의 변호를 맡은 김동아 변호사를 투입해 당 안팎에서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대권 후보를 지낸 거대 야당의 대표에 과감히 도전장을 던진 원 전 장관은 지역에 살다시피하면서 계속 관심을 끄는 ‘이슈몰이’에 성공했다는 평가다. 원 전 장관은 이 대표 사무실 맞은편에 선거 사무소를 여는가 하면 축구 국가대표 출신인 이천수 선수를 후원회장으로 영입해 시민들의 이목을 모았다. 또 인천에 공장을 둔 한국GM 차량을 구매하는 모습이 밑바닥 민심에 긍정적 영향을 주기도 했다.
수세에 몰린 이 대표는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 일가의 ‘서울~양평고속도로 특혜 의혹’에 대한 원 전 장관의 책임론을 연일 띄우며 분위기 반전에 나서고 있다. 이 대표는 이날 “수십 년간 양평군민들이 바라왔던 고속도로 사업은 9개월째 멈춰 섰고 이에 책임져야 할 김선교·원희룡도 공천받았다. 그야말로 막공천, 막천, 아니 막사천 아니냐”고 꼬집었다.
이 대표는 다만 공천 논란이 장기화하며 타격을 입자 다음 주 당을 선거대책위원회 체제로 바꿔 국면 전환을 시도할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이번 총선 최대 관심 지역인 인천 계양을에서 이변이 일어날지 주목된다"고 말했다.
기사에 인용된 한국갤럽 여론조사는 통신사 제공 휴대폰 가상 번호 프레임에서 무작위로 표본을 추출, 구조화된 설문지를 이용한 무선전화 인터뷰로 진행됐다. 응답률은 10.4%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