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최근 수립한 ‘제2차 국민건강보험 종합 계획’의 추계 결과 건강보험에서 의료기관과 약국 등에 진료비 등으로 지출되는 총액이 내년에 처음으로 100조 원을 돌파한다. 이어 2026년에 건보 재정이 적자로 전환될 것으로 예상된다. 건강보험료와 국고지원금 등을 합친 수입 총액도 내년에 100조 원을 넘어서지만 2024~2028년 평균 수입 증가율(6.07%)이 지출 증가율(7.13%)에 미치지 못한다. 건보 재정의 ‘펑크’ 규모는 2026년 3072억 원에서 2028년 1조 5836억 원으로 갈수록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건보 재정에 빨간불이 켜지게 된 것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급여비 때문이다. 급여비는 국내 인구 고령화와 일부 환자들의 과잉 진료 확산 등으로 급증하고 있다. 인구 고령화는 단기간에 해소되기 어렵다. 따라서 건보 재정 건전화를 실현하려면 과잉 진료를 억제하는 쪽에 초점이 맞춰질 수밖에 없다. 2022년 하루 평균 1회 이상 병원에 간 사람들에게 투입된 건보 재정만 268억 원에 이른다. 3000번 넘게 외래 진료를 받은 사람도 있다. 과거 문재인 정부는 포퓰리즘 정책으로 건보 재정 악화를 부채질했다. 가계의 의료비 부담을 낮추겠다며 건보 보장률을 대폭 확대하는 ‘문재인 케어’ 정책을 밀어붙인 결과 건보 적용을 받게 된 초음파검사, 자기공명영상(MRI) 촬영 등의 고가 의료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급증했다. 정부가 나서서 병원과 의사·환자들의 도덕적 해이를 부추긴 셈이다.
급여 대상을 점차 넓혀 국민 건강권을 지켜주고 의료비를 경감해주는 것은 건보의 존재 이유다. 그러나 이는 한정된 재원을 고려해가면서 합리적 수준에서 이뤄져야 한다. 불필요한 항목에까지 ‘의료 쇼핑’을 부추기는 방향으로 남용돼서는 안 된다. 특히 정부가 의대 정원 확대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보완책으로 약속한 필수 의료 수가 인상, 비대면 진료 확대를 실행하려면 많은 예산이 소요된다. 이를 위해 과잉 진료의 보장성을 줄이는 등 건보 지출 전반에 대한 구조 조정이 불가피하다. 이와 함께 현재 8%인 보험료율 법정 상한 인상도 신중히 검토해야 할 것이다. 정부는 필수 의료 서비스에 대해서는 보장성은 높이되 불요불급한 지출은 줄일 수 있도록 건보 수가 체계 등 제도 전반의 수술을 서둘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