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첨단기술 규제에 맞서 ‘기술 자립’을 강조하고 있는 중국이 자국 반도체 산업 육성에 최소 270억 달러(약 1945억 위안) 이상의 펀드를 조성하겠다며 팔을 걷어붙였다. 규모는 2019년 당시 2차 펀드 2000억 위안을 뛰어넘을 것으로 관측돼 사상 최대가 될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앞서 지난해 9월 로이터통신은 중국 정부가 3000억 위안 규모의 반도체 3차 펀드를 조성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미국 정부가 첨단 반도체 기업을 유치하기 위해 총 527억 달러 규모의 반도체 보조금을 투입할 방침인 가운데 중국 정부도 반도체 패권 경쟁에서 밀리지 않기 위해 ‘쩐의 전쟁’에 본격 나섰다는 분석이다.
9일(현지 시간) 블룸버그통신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반도체 산업 육성 펀드인 ‘대기금(국가집적회로산업투자펀드)’ 3차 펀드를 조성 중이다. 지방정부와 투자 회사, 국영기업들을 대상으로 자금을 모으고 중앙정부의 직접투자는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펀드 출범 시기는 아직 구체화되지 않은 상태다.
미국이 각종 규제와 천문학적 보조금을 앞세워 중국의 첨단 반도체 산업을 견제한 가운데 중국은 시진핑 국가주석의 ‘신품질 생산’을 기치로 내걸고 3차 펀드 조성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조 바이든 행정부는 이날 중국 메모리반도체 업체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 등 중국 반도체 기업 6곳에 대한 추가 제재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 중국 최대 반도체 업체인 SMIC와 자국 기업의 거래를 규제한 데 이어 추가 조치에 나선 것이다. 이에 맞서 중국은 반도체 기술 자급화를 위해 화웨이·SMIC 등 자국 업체를 적극 지원하고 있으며 이번에 역대 최대 규모의 펀드 조성을 예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