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상병 수사외압 의혹’ 사건의 핵심 인물인 이종섭 주호주 대사 내정자가 10일 호주로 출국했다. 법무부가 출국금지 조치를 해제한 지 이틀 만으로 정치권을 중심으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이 대사 내정자는 이날 오후 7시 51분께 인천국제공항에서 호주 브리즈번행 KE407편을 타고 출국했다. 마스크를 착용하고 나타난 이 대사 내정자는 취재진의 질문에 일절 답하지 않았다. 더불어민주당 원내지도부가 출국을 저지하겠다며 제2 터미널 앞에 진을 쳤지만 이 대사 내정자가 그보다 일찍 보안 구역에 들어가며 직접적인 대치 상황은 벌어지지 않았다.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중대 범죄 혐의를 받는 이 전 국방부 장관을 외교관 신분으로 해외로 도피시킨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대사 내정자는 지난해 발생한 ‘해병대 채 모 상병 순직사건 수사 외압 의혹’ 관련 핵심 인물로 꼽힌다. 이 때문에 올해 1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는 당시 국방부 장관이었던 이 대사 내정자를 비롯해 주요 피의자 6명을 출국 금지했다. 이후 이달 4일 이 대사 내정자가 주호주 대사로 임명된 뒤 해당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며 논란이 시작됐다.
이 대사 내정자는 5일 출국금지를 풀어달라며 법무부에 이의신청을 제기했으며 법무부는 8일 출국금지심의위원회를 열고 출국금지 조치를 해제했다. 공수처의 한 관계자는 "서면 등을 통한 적극적인 수사 협조 약속을 받았다"고 밝혔지만 일각에서는 핵심 피의자를 출국시킴으로써 수사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했다.
일부 호주 교민들은 반발하고 있다. 진보성향 교민 단체인 시드니촛불행동 회원 50여 명은 호주 시드니 평화의 소녀상 앞에서 집회를 열고 “이종섭 전 장관의 호주 대사 임명을 즉각 철회 하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이 전 장관의 대사 임명 강행 시 캔버라 한국 대사관 앞에서 지속적으로 반대 집회를 열겠다고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