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주식시장에 ‘거품’이 꼈다는 논란이 향후 증시의 방향을 결정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주가 상승이 인공지능(AI) 분야에 편중돼 있다는 지적에 대응해 펀더멘털은 여전히 공고하다는 반박도 제기된다.
11일 투자 전문가들은 이번주 증시에 영향을 줄 요인으로 미국 경제지표 공개, 엔비디아의 GTC(GPU Technology Conference)를 꼽았다.
미국 노동부는 8일(미 동부시간) 2월 실업률이 3.9%로 2022년 1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으로 튀어 올랐다고 밝혔다. 같은달 고용은 월가의 예상을 웃돌았지만 실업률과 임금상승률은 예상보다 좋지 못했다는 게 시장 분석이다. 긍정·부정적 신호가 겹친 가운데 뉴욕 증시는 엔디비아 급락 영향을 받아 하락마감했다.
엔비디아는 오는 18일 GTC2024를 개최한다. 최근 AI 분야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만큼 차세대 제품에 대한 언급이 기대된다. 현재까지는 2분기에 H200, 연말 경 B100 출시가 예상되고 있다.
NH투자증권은 이번주 코스피가 2600~2720포인트 안에서 움직일 것으로 내다봤다. AI 성장 기대감, 미국 물가 우려 완화, 한국 수출 개선세,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기대감 등을 상승 요인으로 꼽았다.
반면 하락 요인으로는 미국 주식시장 버블 논란, 중국 양회 실망 등을 제시했다. 최근 금융투자 업계 일각에서는 미국 주식 시장의 상승이 AI 관련 특정 종목들에 편중돼 있다는 점에서 버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반대 편에서는 실적 개선세와 밸류에이션을 감안하면 버블을 논하기는 이르다고 보고 있다.
김영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주식시장을 둘러싼 버블 논란에도 불구하고, 단기간 내에 펀더멘털·통화정책 차원에서 시장에 큰 충격을 줄 변수는 없는 상황”이라며 “한국 주식시장은 가격 부담이 적다는 메리트와 트럼프 관련 불확실성의 부정적 영향을 감안하면 미국 주식시장과 유사한 흐름을 보일 것으로 판단된다”고 전했다.
한편 지난 8일 코스피 지수는 지난달 29일 2680.35보다 28.06포인트(1.06%) 오른 2680.35에 장을 마감했다. 이번주 첫 거래일인 4일 코스피 지수는 1.21% 오르며 2670선을 회복했으나 외국인들의 차익 실현 매물에 이틀 연속 하락했다.
하지만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의 비둘기(통화 완화 선호)파적 발언에 이내 상승세로 돌아섰다. 8일에는 1.24% 오르며 2680대를 넘어섰다. 같은 기간 코스닥은 9.79포인트(1.13%) 오른 873.18에 이번주 거래를 마쳤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이 5거래일 동안 4125억 원을 순매수하면서 지수를 끌어올렸다. 반면 기관 투자가들이 3839억 원, 개인 투자자들이 1338억 원을 팔면서 차익을 실현했다. 코스닥에서는 기관이 4158억 원을 내던진 반면, 개인과 외국인이 각각 2326억 원, 2298억 원을 소화하며 물량을 받아냈다.
파월 의장의 발언으로 미국에서 금리 인하 기대가 다시 피어오르며 증시가 호조를 보인 데다, 특히 AI(인공지능) 수요가 공급을 상회한다는 전망 속에 엔비디아, 마이크론 등 반도체 종목이 강세 마감한 것이 국내 증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줬다. 외국인은 지난 한 주 동안 SK하이닉스(4990억 원)를 가장 많이 순매수했다. 이어 현대차(2286억 원), KB금융(1590억 원), LIG넥스원(1085억 원) 등이 뒤를 이었다.
주총 시즌 들어 행동주의 펀드의 움직임과 주주환원에 대한 목소리가 커진 것도 영향을 미쳤다. 정부의 밸류업 정책에 기관도 가세하며 배당 확대와자사주 소각 등 주주환원 요구가 커지고 있다. 올해 2월까지 자사주 매입을 진행한 상장사는 82개사 2조 3794억 원으로 이는 3년 전에 비해 각각 2배, 4배 이상 증가했다. 이러한 움직임을 반영하듯 이주 한 주간 은행(4.9% 상승)·보험(4.0%)·상사자본재(3.5%) 등 저 주가순자산비율(PBR) 업종도 강세를 보였다.
다만 금과 비트코인, 미국·일본 등 주요 국가들의 증시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다소 아쉬운 수준이다. 비트코인은 7만 달러에 근접하며 2021년 11월 이후 사상 최고치 경신했다. 현물 ETF 자금 유입과 4월 반감기 앞둔 기대감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7일(현지 시간) 기준 뉴욕상품거래소에서 4월 인도분 금 선물 가격도 6거래일 연속 오르며 온스당 2165달러에 마감했다. 증권가에서는 미국의 금리 인하 기대감, 투자자들의 위험 회피 심리, 신흥국 중앙은행들의 매수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