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김광호 前서울청장 첫 재판… “혐의 전면 부인”

류미진, 정대경 등 관계자들도 재판
"성실히 임하겠다"며 법정으로 입장

법원을 나서고 있는 김광호 전 서울경찰청장. 채민석 기자


지난 2022년 10월 29일 발생한 이태원 참사과 관련해 대응을 부실하게 했다는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김광호 전 서울경찰청장이 첫 재판을 받았다.


11일 서울서부지법 형사12부(권성수 부장판사)는 이날 오전 10시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불구속기소된 김 전 청장의 공판준비기일을 진행했다. 이날 참사 류미진 당시 서울경찰청 112 상황관리관과 정대경 당시 서울청 112 상황3팀장도 함께 재판을 받는다.


공판준비기일에는 출석 의무가 없지만, 김 전 청장은 이날 오전 9시 40분께 정장에 붉은색 넥타이 차림으로 법원에 모습을 드러냈다. 김 전 청장은 ‘어떤 부분을 소명할 것인지’, ‘혐의 인정하는지’ 등에 대한 질문에 “성실히 임하겠다”고 짧게 답했다. ‘유족에게 하고 싶은 말 없는지’, ‘검찰의 기소가 무리하다고 생각하는지’에 대한 질문에는 침묵했다.


이날 재판에서 김 전 청장은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김 청장 측 변호인은 “김 전 청장은 당시 사고 소식을 보고 받자마자 현장에 나왔지만, 보고 시점이 너무 늦었다”라며 “대규모 인명피해가 발생한 것에 대해 안타까운 마음을 가지고 있지만, 도의적·정치적·행정적 책임과 별개로 이 건에 대해 형사책임 물을 수 없는 사안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날 재판에 출석하지 않은 류 전 총경을 대신해 류 전 총경의 변호인도 혐의를 부인했다. 그는 “검찰은 공소장을 통해 류 전 총경의 자리이석으로 참사가 커졌다고 전제했지만, 상황관리관의 업무장소는 청사 내 전체로 평가된다”라며 “또한 서울청 112망에 대해서는 지휘관이 청취해야 할 의무가 없고, 해당 망은 5개 권역으로 나눠 운영되기 때문에 류 전 총경이 5개의 무전을 동시에 청취했어야 한다는 검찰의 주장은 이해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날 재판에 참석한 정 팀장 측 또한 혐의를 부인했다. 정 팀장의 변호인은 “공소장에는 정 팀장이 상황을 늦게 보고했다고 기재돼 있는데, 언제 보고하는 것이 정상적 보고인지 적혀있지 않고, 막연히 보고 지연이라고만 돼있다”라고 밝혔다.


이날 재판에 앞서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은 서울서부지법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엄벌을 촉구했다. 유족 측은 ”김 전 청장은 피해 발생을 예견했음에도 적시에 필요한 조치를 다하지 않았다”라며 “류 전 총경 또한 근무지 이탈로,. 정 전 팀장은 상황실 업무 감독 소홀로 참사 규모를 키웠다”고 주장했다.


한편 김 전 청장은 2022년 10월 29일 이태원 일대에 인파가 집중될 것을 알고도 제대로 된 안전대책을 세우지 않아 참사를 키웠다는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지난해 1월 경찰청 특별수사본부가 기소 의견으로 사건을 검찰에 넘겼지만, 1년 넘게 기소 여부는 확정되지 않았다. 이에 대검찰청은 검찰수사심의위원회를 열고 김 청장에 대해 15명 중 9명 기소 의견으로 공소제기를 권고했다.


김 전 청장 등에 대한 다음 공판기일은 오는 4월 22일 오후 2시에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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