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투자 손실에 대해 최대 100%를 배상하라고 은행·증권사 등 판매사에 권고했다. 특히 “모든 은행이 상품을 제대로 안내하지 않은 채 판매했다”며 적어도 손실의 20%는 부담하라고 주문했다. 하지만 손실을 입은 투자자의 90% 이상이 과거 수차례 ELS에 가입했던 경험이 있는데도 ‘설명이 미흡했다’는 이유로 판매사에 배상액을 일괄 청구한 것은 투자자 책임을 은행에 떠넘긴 것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금감원이 11일 발표한 ‘홍콩H지수 ELS 검사 결과(잠정) 및 분쟁 조정 기준안’에 따르면 손실 배상 비율 범위는 0~100%다. ‘라임펀드’ 등 사기성 펀드 판매 사례를 제외하면 금감원이 전액 배상 가능성을 열어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금감원은 ELS를 판매한 은행권 전반에서 불완전판매 혐의가 포착됐다며 기본 배상 비율을 20~40%로 설정했다. 여기에 투자 사례별로 최대 45%포인트까지 배상 비율을 높이기로 했다. 예·적금 상품에 가입하려고 판매사를 방문했거나 고령자·은퇴자·주부인 경우, ELS 첫 투자자인 경우다. 다만 ELS 투자 경험이 21회 이상이거나 과거 투자로 이번 손실을 만회할 수 있는 경우 15%포인트, 투자 금액이 5000만 원 이상일 경우 10%포인트 차감한다. 이세훈 금감원 수석부원장은 “개별 사실에 따라 (배상 비율은) 굉장히 달라질 수 있다”면서도 “다수 사례가 20~60% 범위에 분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H지수가 1~2월 수준으로 지속된다고 가정할 경우 올 상반기 기준 은행권의 ELS 만기 도래액 8조 7000억 원 중 전체 손실액은 4조 6000억 원가량이다. 여기에 배상 비율 20~60%의 평균인 40%를 적용하면 은행들이 배상해야 할 금액은 약 1조 8400억 원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이번 배상안이 투자자의 자기 책임 원칙을 크게 훼손했다고 입을 모은다. 금융위원회 비상임위원인 김용진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는 “은행이 잘못한 부분을 짚어야 하는 건 분명하지만 투자자 책임도 짚고 넘어가야 한다”면서 “은행에 비이자이익을 늘리라고 하면서 사고가 날 때마다 배상을 해주면 금융 산업은 발전할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