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거래소가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의 완성을 위해 일본에 조언을 구한다. 아직 외부에 알려지지 않은 일본 사례를 적극 참고해 밸류업 프로그램을 완성시키겠다는 구상이다. 통상 양국 거래소는 외국인 자금 유치 등을 위해 경쟁하는 관계이기 때문에 이번 한국의 협력 요청은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11일 증권 업계 등에 따르면 한국거래소는 도쿄증권거래소와 기업가치 제고 사례를 공유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양국 거래소는 앞서 지난달 말 한 차례 논의를 진행했다. 거래소가 도쿄증권거래소와 밸류업 사례 공유를 추진하는 이유는 밸류업 가이드라인 공개 시기가 당초 6월에서 5월로 앞당겨진 만큼 가이드라인 제정에 속도를 내는 동시에 일본 사례를 참고해 우리만의 밸류업을 보완·발전시키기 위해서다. 특히 외부에 공개되지 않은 사례와 실무선에서 밸류업이 어떻게 작용하는지 화상회의 등을 통해 파악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거래소가 밸류업과 관련해 페널티 부분을 참고할지 주목하고 있다. 금융 당국이 기준 미달 ‘좀비기업’들의 상장폐지 절차를 단축하는 방안을 검토한다고 밝힌 바 있기 때문이다. 일본 정부는 지속적으로 주가순자산비율(PBR)이 1배를 밑도는 기업 등 개선이 필요한 상장사에 대해서는 기업가치 제고 공시 등을 강력히 요청한 바 있다. 실제 일본 정부는 2026년까지 기업 가치 제고 노력을 하지 않은 기업에 대해 상장 폐지하겠다는 방침이다. 일본 거래소 관계자는 “상장 폐지 요건에 PBR을 고려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전했다.
거래소는 기업가치 제고를 위해 PBR지수 등을 개발하고 있는데 일본의 ‘JPX Prime 150지수’ 등이 자금 유입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도 적극 참고할 것으로 전망된다. JPX Prime 150지수는 일본 밸류업 프로그램의 결과물로 PBR이 1배 이상인 종목들로 구성됐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금융산업실장은 “JPX Prime 150지수의 성과가 생각보다 좋지 않아 도쿄증권거래소가 보완 중”이라며 “기관투자가들이 유입될 수 있도록 유도한 부분은 참고할 만하다”고 말했다.
금융 당국과 거래소는 5월 말 밸류업 가이드라인을 공개할 방침이다. 밸류업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상장사를 별도로 공표하고 우수기업 선정 기준을 마련해 우수 사례를 집중적으로 발굴할 계획이다. 코리아 밸류업지수 및 ETF를 통해 관련 종목들에 대한 투자금도 적극 유치할 방침이다. 기업들의 밸류업 인센티브로는 재정 당국 차원에서 세제 혜택도 검토하고 있다. 주주가치 제고 기업들을 대상으로 일정 부분의 세액공제 또는 세금을 감면해주는 방식 등이 거론된다. 이를 위해 거래소는 이달부터 기업 규모별 간담회를 다음 달부터는 지역별 간담회를 순차적으로 개최할 예정이다.
우리 정부는 올 하반기부터 밸류업 프로그램을 적용할 계획이다. 다만 일본 입장에서는 한국의 사례를 참고할 만한 것이 현재까지 없어 협업할 유인이 적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협업이 이뤄질지도 미지수다. 거래소 고위 관계자는 “밸류업의 사례를 공유한다고 하지만 일본에서는 어떻게 응답할지 모르는 상황”이라며 “한국에서 필요하기 때문에 추진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거래소의 또 다른 관계자는 “현재 추진 중인 사안이라 구체적으로 어떤 협업이 이뤄질지는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금융 당국 관계자는 “일본에서 밸류업 프로그램과 관련해 상장 폐지를 검토하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