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대 교수협 "합리적인 해결방안 없으면 18일 전원 사직"

■의대 교수 집단사직 확산하나
"서울의대 교수 87%, 집단 행동 동의"
빅4까지 가세하면 의료현장 혼란 확산
전공의 4944명 행정처분 사전통지 완료

서울의대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가 11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에서 연 긴급총회에 서울대 교수들이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의대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는 11일 정부가 (의대 증원 갈등에 대해) 합리적인 해결방안을 내놓지 않을 경우 오는 18일 전원 사직서를 제출키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서울의대 교수들은 서울아산·서울성모·삼성서울·세브란스 등 다른 상급병원과도 연대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전공의들의 집단 이탈로 시작된 의료공백이 4주째로 접어들고 전국 의대 교수들의 사직 선언이 잇따르는 가운데 서울대병원 등 이른바 ‘빅5’ 병원 교수들까지 가세할 경우 현장의 혼란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서울의대 교수협의회 비대위는 이날 서울 종로구 서울의대 행정관에서 긴급총회 후 브리핑을 열고 “현재 상황이 장기화됨에 따라 의료진 한계상황과 진료 연속성을 위한 고육지책으로 진료 축소가 불가피하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서울의대 교수협의회 비대위는 이날 오후 5시경 서울대병원에서 긴급총회를 열고 현 사태에 대한 집단행동 여부를 결정했다. 회의에는 서울의대 교수협의회 소속 교수 430명이 참석해 자유토론 등의 방식으로 논의를 진행했다. 회의는 약 2시간 정도 진행됐다.


전체 교수를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도 발표된 것으로 알려졌다. 방재승 서울의대 교수협의회 비대위원장(분당서울대병원 신경외과 교수)는 브리핑에서 “‘일정 시점 됐을 때 일정 행동을 하는 것에 대해 동의하느냐’는 문항에 (전체 교수의) 87%가 동의한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나왔다”고 밝혔다.


‘진료 축소’를 공식 언급한 만큼 수술 이외에도 의대 교수들이 맡고 있는 외래 진료가 축소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방 위원장은 “외래진료는 구체적으로 몇 퍼센트 줄인다고 얘기하지 않았다. 자율에 맡길 것”이라면서도 “(현 상황으로 볼때) 외래진료를 줄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응급·중환자에 대해서는 어떻게든 저희 의료진들이 최선을 다해서 진료하기로 합의했다”고 강조했다.


서울의대 교수들은 ‘빅4’ 병원과의 연대를 이어갈 전망이다. 방 위원장은 “지난 6일 ‘빅 4’ 병원 비대위 선생님들을 만났다” 면서 “구체적인 사직서 제출 의견을 나눈 건 아니고 향후 행동을 같이 연대한다고 합의했다”고 했다.


의료계는 빅5 의대 교수들의 행보를 주목하고 있다. 전공의들을 대신해 의료현장을 지키던 의대 교수들의 집단행동에 불을 붙일 수 있기 때문이다.


세브란스병원 등 수련병원 3곳을 두고 있는 연세의대는 교수협 비대위 차원에서 지난 주말 의대 증원 관련 대응방침에 관한 투표를 진행했다. 아직 구체적인 움직임은 없지만 가까운 시일 내에 정리된 입장을 공개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삼성서울병원 진료교수들이 포함된 성균관의대 교수협 비대위는 오는 12일 오후 전체 회의를 열고 의대 증원 관련 대응 기조를 논의할 예정이다. 서울성모병원 등 산하 8개 병원을 두고 있는 가톨릭의대 교수협의회도 이번 주 중 회의를 열고 집단행동 여부 등을 폭넓게 논의한다.


이에 앞서 40개 대학이 교육부에 2025학년도 의과대학 입학정원을 3401명 늘려달라고 신청했다는 수요조사 결과가 발표된 직후 경북대병원, 충북대병원, 아주대병원 교수 등이 개별적으로 사직 의사를 밝혔고 서울아산병원 진료교수들이 포함된 울산의대 교수협 비대위는 지난 7일 긴급 총회에서 전 교원이 사직서를 제출하기로 결의했했다. 울산의대 교수협의회에는 서울아산병원 외에도 울산대병원·강릉아산병원 임상교수들이 포함돼 있다.


한편 정부는 근무지를 이탈한 전공의 1만 2000여 명 중 4944명에게 면허정지 등 행정처분 사전 통지를 완료했다고 밝혔다. 다만 행정처분 절차가 마무리되기 전 현장에 복귀하는 전공의는 적극 선처하기로 했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