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발전 해체 과정에서 공사비가 오를 경우 충당금을 늘릴 수 있도록 제도가 정비된다. 최근 공사비가 급등하면서 해체 공사에 차질이 발생하지 않도록 선제 조치에 나선 것이다. 하지만 충당금 적립 주체인 한국수력원자력의 경영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12일 서울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산업통상자원부는 해체 중인 원전에 대해서도 충당금을 변경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방사성폐기물 관리법 시행령’ 일부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고물가, 공사비 상승 등 해체 여건 변화에 따라 충당금 액수 변경이 필요한 경우 원자력발전사업자가 산업부에 고시 개정을 요청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2022년 고시된 원전 해체 충당금은 1기당 8726억 원이었는데 현재와 같이 공사비가 오를 경우 충당금을 이보다 증액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원전 해체에는 대략 15년 정도가 걸린다. 많은 양의 방사성 폐기물을 처리해야 하기 때문에 비교적 장시간이 소요되는 것이다. 향후 원전 해체에 막대한 비용이 소요될 수 있는 만큼 운영 중인 원전 해체에 집행할 비용을 미리 충당금으로 산정해 매년 적립해 놓는다.
그동안 충당금 변경 가능 여부는 법에 명시돼 있지 않았다. 산업부가 2년마다 충당금을 재검토해 고시하는 형태로 대처해왔다. 산업부 관계자는 “지금까지는 2년마다 원점에서 모든 변수를 다시 고려해 충당금을 산정하고 있었다”며 “보다 명확하게 법적 근거를 마련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원전 충당금이 늘면 한수원의 부담이 커질 것으로 우려된다. 원전 1기 해체에 필요한 비용은 현금으로 적립해야 하며 나머지 원전 해체 비용(25조 원)은 재무제표상 부채로 반영했다. 2022년 한수원의 부채는 43조 2575억 원으로 자본금 대비 164% 수준이다. 해체가 진행되면 충당금에서 비용을 차감하게 돼 적립 부담이 감소하지만 아직 원전 해체는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 충당금은 2022년 1월 개정 고시 기준 8726억 원으로 직전 고시분인 8129억 원보다 597억 원(7.3%) 늘었다.
에너지 업계의 한 관계자는 “한수원은 원전 1기 해체에 필요한 비용은 현금으로 적립해야 하며 나머지 원전에 대한 비용은 재무제표상 부채로 반영해야 한다”면서 “원전 충당금 규정이 바뀌면 충당금을 더욱 늘려야 해 한수원의 부채는 증가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