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총리의 호소 “의대 증원 안하면 국가의 직무유기”

■기자단 만찬간담회
"2035년 의사 1.5만 명 부족
헌법 36조 3항 '국민, 보건 관련 국가 보호 받는다'"
"의협 28번 만났지만 한 명의 증원도 필요없다는 입장만"
"교육의 질 저하? 교수 1인당 학생 1.6명 불과"
"GDP 대비 국가부채, 정부 말 53%로 관리"
"몇년 간 고통스러운 구조개혁 필요"

한덕수 국무총리가 12일 세종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단 만찬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총리실

한덕수 국무총리가 “의대 정원 증원을 하지 않는다면 국가의 직무유기”라고 밝혔다.


한 총리는 12일 세종총리공관에서 기자단 만찬간담회를 갖고 “2035년이 되면 의사가 1만명에서 1만 5000명이 부족하다”며 “헌법 36조 3항에 ‘모든 국민은 보건에 관하여 국가의 보호를 받는다’고 돼 있다. (의대 증원을) 안하면 국가의 직무유기”라고 말했다. 고령화로 앞으로 의사 수가 부족해 질 것이 뻔히 보이는 상황에서 의대 증원을 미룬다면 헌법에 위배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한 총리는 이날 장시간을 할애해 의대 증원과 의료개혁 필요성을 역설했다.


한 총리는 “의료 개혁과 관련해 환자, 의료계, 병원의 직원과 간호사, 전문가 등과 130번을 만났다”며 “대한의사협회(의협)에서 따로 논의하는 채널이 있어야 되겠다고 해서 의협과 의대정원만을 이야기 하기 위해 28번을 만났다”고 전했다. 한 총리는 “하지만 한 번도 제대로 논의한 적이 없다”며 “의협은 처음부터 끝까지 한 명도 증원이 필요 없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한 총리는 “지난 1월 15일 의협에 ‘귀 단체는 의대 증원을 몇 명을 하는 것을 원하는가’라는 공문을 보냈다”며 “하지만 의협은 여기에도 답신이 없었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이날 한 총리는 서울의대 교수협의회 비대위가 제안한 의대 증원 1년 연기 제안도 거절했다. 한 총리는 “이제 와서 (의대 증원 규모에) 과학적 근거가 없다며 다시 협의하면 1년이 또 늦어진다”고 강조했다. 한 총리는 “의대 증원 2000명이라는 숫자는 정부가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수치”라고 물러설 뜻이 없음을 분명히했다.


의료계에서는 한 번에 정원이 크게 늘면 교육의 질이 저하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이에 대해 한 총리는 “법적으로 교수 1명당 학생 8명을 교육할 수 있다고 돼 있다”며 “그런데 우리 의대 평균은 교수 1인당 학생 1.6명이고 울산의대는 0.4명, 성균관의대는 0.5명”이라고 지적했다. 한 총리는 “충분히 좋은 인력을 교육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고 덧붙였다.


한 총리는 “의대 증원만으로는 안 된다”며 “4대 의료개혁 과제와 함께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총리는 “수가를 조정하기 위해 10조+알파의 규모로 지원을 하겠다고 했더니 반대하는 쪽에서는 ‘믿을 수 없다’고 했다”며 “그러면 15조, 20조면 되느냐고 대화를 하자고 했지만 응하지를 않는다”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경제현안에 대해 한 총리는 재정건전성을 지켜나가겠다고 강조했다. 한 총리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부채비율이 이전 정부에서 14%포인트 정도 올랐다"며 "우리가 정권을 인수받았을 때 50.1% 정도 됐는데, 이 정부가 끝났을 때 53% 정도로 관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 총리는 "고통스러운 개혁이 몇년에 걸쳐 있어야 한다"며 "연금, 교육, 노동, 의료, 기후변화, 인구 감소 등에 고통스러운 대응이 이어져야 할 것 같다"고 힘주어 말했다. 한 총리는 "그런 점에서 총선 이후를 기대하고 있다"며 "정치적 환경이 좀 더 좋아지고 이를 통해 미국이 대공황을 겪었던 루스벨트 시대에 거의 1년 가까이 국회를 열어가면서 필요한 조치를 하고, 새 제도를 창출했을 때의 상황이, 아마 우리에게도 그렇게 해야 하는 상황이 반드시 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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