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대교수협의회 등 전국 의대 교수들이 잇따라 집단 사직 등 단체행동에 돌입하겠다는 의사를 밝히자 정부는 전공의처럼 진료 유지 명령을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 서울의대 교수들이 의사 증원을 1년 뒤 결정하는 방안 등을 제시했지만 정부는 “의료 개혁을 더 늦추기 어렵다”며 일축했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은 12일 의사 집단행동 대응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브리핑에서 ‘의대 교수들의 집단행동에 진료 유지 명령을 내릴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 “교수들도 기본적으로 의료인이기 때문에 의료 현장을 떠나는 부분에 대해서는 의료법에 근거한 각종 명령이 가능하다”며 “‘한다, 안 한다’를 말하기는 어렵지만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서울의대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는 전일 총회에서 “정부가 적극적으로 (사태 해결을 위한) 합리적인 방안 도출에 나서지 않을 경우 18일을 기점으로 자발적으로 사직서를 제출하기로 의결했다”면서 “고육지책으로 단계적 진료 축소가 불가피하다”고 발표했다.
의대 교수들에게도 진료 유지 명령이 내려지고, 교수들이 이에 불복할 경우 면허정지 등 행정처분을 받을 수 있는 셈이다. 현재 정부는 전공의를 대상으로 면허정지 행정처분 절차를 진행 중이다. 의료법이 ‘업무 개시 명령을 위반한 의료인은 1년 이하의 자격 정지, 3년 이하의 징역,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고 규정한 데 따른 조치다.
정부는 또 서울의대교수 비대위의 ‘의대 증원 1년 뒤 결정’ 제안을 일축했다. 서울의대 비대위는 이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해외의 공신력 있는 검증된 제3자 기관에 한국 보건의료지표 분석을 의뢰한 뒤 이에 근거해 1년 후 의사 수 증원을 결정하자”며 “정부, 대한의사협회, 여야, 국민 대표, 교수, 전공의가 참여하는 대화협의체를 구성해 1년간 필수의료와 지역·공공의료 살리기 정책을 수립하자”고 제안했다.
복지부는 즉시 입장문을 내고 “의사 증원을 포함한 의료 개혁은 더 늦추기 어려운 사안”이라며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의료 수요를 고려할 때 증원 시기를 1년 늦추면 그 피해는 훨씬 커질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필수의료 부족으로 인한 국민들의 고통을 생각할 때 (1년 후 의대 증원 결정은) 정부가 선택할 수 있는 대안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의협 또한 서울의대교수 비대위의 제안에 “비대위의 일방적인 희망일 뿐”이라며 “비대위와 협의한 바 없고 협의한다고 들어줄 이유도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의협은 정부가 의대 교수들에게도 진료 유지 명령 등을 검토할 수 있다고 밝힌 것에 대해서는 “이러한 과오를 저지른다면 의료 시스템은 회귀뿐 아니라 존립 자체가 불가능해질 것”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다만 정부와 전공의들의 만남이 이뤄지는 등 대화 가능성도 열리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복지부는 “조규홍 장관이 전날 전공의와의 비공개로 만났다”고 이날 밝혔다. 조 장관이 전공의 집단 사직에 따른 ‘의료 공백’ 사태 이후 전공의들과 만난 것은 처음이다. 박 차관은 이날 응급 의료 현장 의료진과의 간담회도 열었다.
박 차관은 “대화하기 매우 어려운 여건에 있는 전공의 요청에 따라 전일 비공개로 대화를 나눴고 구체적으로 어느 병원의 누구를 만났는지, 어떤 내용을 논의했는지는 밝히기 어렵다”면서도 “전공의뿐 아니라 교수 사회 및 기타 각 의료계 여러 분야와 소통을 좀 더 활발히 진행해나가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