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을 입양했지만 개인 사정으로, 가족들의 반대로 파양을 원하는 사람들이 반려동물을 맡긴다. 안락사 없이 맡기는, 즉 죄책감 없이 파양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비용은 무려 600만원. 이 ‘유기동물 보호소’는 다른 한 편으로는 어린 품종 강아지, 고양이들을 판매한다. ‘유기동물 보호소’라는 이름에 유기동물을 입양하러 찾아 온 사람들에게 팔기 위한 어린 생명들이다. 말로는 ‘입양’이라고 하지만 수십, 수백만원의 ‘책임비(입양한 동물을 평생 반려하겠다는 의미로 임시 보호자에게 지불하는 돈, 보통 3만~10만원대)’를 내고 데려와야 한다. 이처럼 유기동물 보호소라는 이름 아래 실제로는 펫숍으로 운영되는 ‘신종 펫숍’이 성행하고 있다.
얼마 전 서울경제신문이 찾아간 신종 펫숍은 입양 희망자로 가장한 기자들을 친절히 맞이했다. 서울시에 위치한 A신종 펫숍의 ‘쇼룸’에는 투명한 유리장 안에 어린 품종 강아지들이 전시돼 있었다. 정작 유기동물들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유기동물들이 어떤 공간에서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최대한 노출하지 않기 위한 목적인 듯, 방문객이 있을 때 몇 마리만 ‘쇼룸’으로 불러들였다. 허스키, 푸들을 포함한 약 7마리의 유기동물들은 펫숍 동물들과 철저히 분리된 3평 남짓한 방 안에 오밀조밀 모여있었다. 경기도 이천시의 B신종펫숍도 비슷했다. 유기동물들은 펫숍 동물과 분리되어 있었고, 거의 움직일 수 없을 만큼 비좁은 이동장에 갇혀있었다.
신종펫숍 방문객들은 이들은 주로 유기동물을 입양하려는 이들이지만, 정작 신종펫숍 관계자들은 “현재 보호 중인 성견들은 행동교정이 필요해 입양이 어려운 상태”라며 대신 어린 품종견을 권한다. 유기동물을 입양하러 간 예비 반려인이라도 어린 동물을 안겨주면 생각이 바뀌기 십상이다. 게다가 ‘유기동물 보호소’라는 이미지 때문에 수십, 수백만원의 다소 비싼 책임비도 기꺼이 지불하는 경우가 많다.
“동물 보호소를 운영하기 위해 펫숍을 병행하는 것”이라는 신종펫숍 관계자들의 주장과 관련, 전문가들은 ‘말이 안 된다’고 일축했다. 설채현 동물 행동 전문 수의사는 “유기견 보호소를 운영하는 이유가 동물 매매를 막기 위해서인데, 이율배반적인 이야기”라며 “제가 동물들을 치료하고 싶어서 동물병원을 운영하는데 운영이 어렵기 때문에 아이들을 일부러 아프게 하겠다는 것과 똑같은 말”이라고 지적했다. 동물보호단체인 팅커벨프로젝트의 황동열 대표도 “펫숍을 병행해서 보호소를 운영한다는 건 ‘장사꾼’이라는 말”라고 덧붙였다.
※신종펫숍에 대한 보다 자세한 이야기, 신종펫숍을 구분하는 법은 영상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