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끈 만화 ‘드래곤볼’과 ‘닥터 슬럼프’를 그린 일본 만화가 도리야마 아키라가 지난 1일 급성 경막하 출혈로 별세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그의 대표작인 '드래곤볼' 단행본 판매량이 급증했다.
13일 서울미디어코믹스는 '드래곤볼' 시리즈의 11∼13일 출고 부수가 전주 대비 1277% 증가했다고 밝혔다.
서울미디어코믹스는 '드래곤볼'을 국내에 처음 소개한 서울문화사 만화 부문이 분사한 회사다. 현재도 한국어판 '드래곤볼' 시리즈를 발행 중이다.
이 같은 판매량 급증은 지난 8일 도리야마 작가가 급성 경막하 출혈로 갑작스레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이 뒤늦게 전해진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작가의 별세 소식에 팬들이 과거 즐겨 보던 '드래곤볼'을 다시 떠올리게 되면서 판매 부수가 급증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최근 '드래곤볼' 단행본을 구입한 소비층은 1980∼2000년대 '드래곤볼' 만화와 애니메이션 등을 즐겨보던 30·40대 남성이다.
예스24가 지난 8∼10일 '드래곤볼'과 도리야마 작가의 또 다른 인기작 '닥터 슬럼프' 구매자를 분석한 결과 40대 남성이 전체 구매자의 43.7%를 차지했다. 30대 남성도 38.0%로 그 뒤를 이었다.
앞서 그가 소속된 제작사인 버드 스튜디오는 1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도리야마가 3월 1일 급성 경막하 혈종(출혈)으로 영면했다”고 밝혔다. 급성 경막하 출혈은 뇌를 둘러싼 경막의 안쪽에 있는 혈관이 외상 등의 이유로 파열돼 다량의 급성 출혈이 발생하는 질환이다.
도리야마는 1978년 주간 ‘소년 점프’에 연재한 ‘원더 아일랜드’로 데뷔했다. 그 뒤 ‘닥터슬럼프’로 큰 인기를 누리기 시작했고 1984년에 ‘드래곤볼’을 발표하며 전세계 만화 역사에 한 획을 그었다.
드래곤볼은 서유기를 모티브로 한 작품으로, 주인공 ‘손오공’ 일행이 7개를 모으면 하나의 소원을 이뤄주는 ‘드래곤볼’을 찾아 여행을 떠나는 이야기다. 이 작품은 일본의 유명 만화잡지인 ‘주간 소년점프’에서 1984년부터 1995년까지 약 12년 동안 연재됐으며, 2022년 기준으로 2억6000만부 이상의 발행부수를 기록했다. 공식 유통되지 않은 ‘해적판’을 포함하면 3억9000만부 이상으로 추정된다.
드래곤볼은 해외 각국에서도 간행되며 일본 만화의 대표 작품 중 하나가 됐다. 이 작품을 소재로 한 애니메이션과 게임 등도 세계적인 인기를 끌었다.
소년점프는 이날 홈페이지를 통해 “본지에 많은 작품을 발표했던 도리야마 아키라 선생이 세상을 떠났다”며 “도리야마 선생이 그린 만화는 국경을 넘어 세계에서 읽혔고 사랑받았다. 그가 만들어낸 매력 넘치는 캐릭터들과 압도적인 디자인 센스는 많은 만화가와 창작자에게 큰 영향을 미쳤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