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명적인 매력을 지닌 3개의 파3 홀이 주는 교훈[골프 트리비아]

페블비치·소그래스·오거스타 파3 홀 유명
매년 우승경쟁에서 승부 분수령으로 작용
핀 겨냥 말고 온그린에 집중해야 실수없어
홀인원은 실력이 아니라 ‘행운의 미스 샷’

하늘에서 내려다본 페블비치 7번 홀. Getty Images

골프는 기본적으로 인내의 게임이다. 샷 하나 잘했다고 좋은 스코어가 나오는 게 아니고, 샷 하나 실수했다고 게임을 망치는 것도 아니다. 특히나 초심자는 짧게는 몇 주, 길게는 몇 개월에 걸친 인고의 시간을 보내야 제대로 된 티샷을 날릴 수 있게 된다.


하지만 파3 홀은 인내와는 거리가 좀 멀다. 즉흥적이다. 그곳에선 기쁨과 좌절이 곧바로 엇갈린다. 티샷 직후 환희의 찬가가 울려 퍼지는가 하면, 벙커나 물에 빠진 볼에 깊은 한숨을 내쉬기도 한다.


대부분의 파3 홀은 미학적으로 뛰어난 편에 속한다. 티잉 구역에서 홀 전체가 보이기 때문에 조경에 큰 신경을 쓰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그래서 골프장의 아름다운 홀을 꼽을 때 파3 홀이 들어가는 경우가 많다. 사방이 물로 둘러싸인 아일랜드 그린, 절벽을 낀 아찔한 그린, 온통 벙커로 방어막을 두른 공포의 그린 등 특색 있는 파3 홀도 많다.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곳들도 많아 여러 매체에서 파3 홀만의 순위를 매기기도 한다. 거의 매주 TV로 시청하는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대회 코스 중에서 가장 아름답고 도전적인 3개의 파3 홀을 꼽는다면 어느 곳이 선정될까. 딱 정해진 답은 없지만 대체로 페블비치의 7번 홀과 소그래스 TPC의 17번 홀, 그리고 오거스타내셔널의 12번 홀이 여기에 속한다는 데에 많은 이들이 동의한다.


태평양에 접해있는 캘리포니아주의 페블비치에서는 매년 2월 AT&T 페블비치 프로암이 열린다. 길이 106야드에 불과한 7번 홀은 ‘전 세계에서 가장 짧으면서 가장 아름다운 파3 홀’로 불린다. 녹색의 그린과 삼킬 듯이 용솟음치는 태평양의 하얀 포말이 골퍼들의 오감을 자극한다. 하지만 강풍이 매섭게 몰아치면 클럽 선택에 애를 먹는다. 평온한 날에는 웨지로 공략하지만 바람이 성을 내면 아마추어 골퍼들은 드라이버까지 잡을 때도 있다.



소그래스 TPC 17번 홀. 사진 제공=PGA 투어

3월 열리는 PGA 투어 ‘제5의 메이저’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의 무대는 플로리다주의 소그래스 TPC다. 이곳의 상징이 물로 둘러싸인 17번 홀이다. 하늘에서 내려다보면 잔잔한 호수와 그린, 그리고 또 다른 작은 섬에 있는 외로운 나무 한 그루가 어우러져 한 폭의 그림을 완성하고 있다. 전장은 137야드로 짧지만 바람의 방향과 세기가 수시로 변덕을 부린다. 여기에 그린이 딱딱해 볼의 낙하지점이 조금만 길면 굴러서 물에 빠지고 만다. 호수가 삼키는 볼은 연간 약 10만 개에 달한다. 프로 골퍼들도 예외는 아니어서 2003년 이후 지난해까지 플레이어스 챔피언십 기간 총 925개의 볼이 물속으로 사라졌다.



오거스타내셔널 12번 홀. Getty Images

봄의 생기가 한껏 부푼 4월이 되면 전 세계 골퍼들의 시선은 ‘명인열전’ 마스터스의 무대인 조지아주 오거스타내셔널로 향한다. 그곳의 12번 홀은 사진기자들이 지키고 있는 주요 포토존 중 하나다. 그린 앞으로는 실개천이 흐르고 홀 주변으로는 진달래와 철쭉 등이 흐드러지게 핀 평화로운 모습이다.


전장 155야드인 이 홀에서는 매년 ‘참사’가 벌어지곤 한다. 2019년 타이거 우즈가 기적 같은 우승을 할 때는 경쟁자였던 프란체스코 몰리나리, 브룩스 켑카 등이 약속이라도 한 듯 티샷을 물에 빠뜨리며 우즈의 우승을 도왔다. 그런데 한 해 뒤인 2020년에는 우즈가 희생자가 됐다. 볼을 물에 세 차례나 빠뜨리며 기준타수보다 7타를 더 치는 셉튜플 보기를 범한 것이다. 12번 홀이 어려운 이유는 기본적으로 그린이 땅콩 모양으로 앞뒤가 좁은 데다 실개천 위로 부는 바람이 소용돌이를 치기 때문이다. 과거 이곳이 인디언 무덤이어서 심술을 부린다는 그럴 듯한 미신도 있다.


매혹적이면서도 치명적인 이 3개의 파3 홀에서는 환희와 희열, 절망과 분노 등이 시시각각 교차한다. 교훈도 준다. 파3 홀에서는 핀을 직접 노리지 말고 일단 티샷을 안전하게 그린에 올려야 한다는 것이다. 홀인원은 ‘행운의 미스 샷’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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