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내 확정된 '한강벨트' 대진표…與 “탈환” 野 “사수”

■4·10 승부처 집중 해부 <1> 한강벨트
중도·부동층 밀집해 최대 격전지
與 '중량감' vs 野 '정권심판' 대결
가파르게 오른 부동산 가격 변수
동작갑·영등포갑 등 3파전 주목

4·10 총선의 민심 바로미터로 꼽히는 ‘한강벨트(강남 3구를 제외하고 한강에 인접한 지역구)’의 대진표가 완성됐다. 4년 전 총선 패배를 설욕하기 위해 한강벨트 탈환이 절실한 국민의힘이 무게감 있는 인물들을 앞세워 서울 공략에 집중하고 있는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정권 심판론을 앞세워 핵심 승부처인 한강벨트를 사수하겠다는 전략이다.




14일 여야의 공천 결과를 종합하면 한강벨트로 분류되는 13개 지역구에서 여야 후보 공천이 모두 완료됐다. 국민의힘은 현 정부의 장관 출신이나 다선 의원 등 무게감 있는 인물들을 전면에 배치했다. 이에 맞서 민주당은 현 정부와 대립각을 세우며 정권 심판의 상징이 된 인물들을 다수 배치해 팽팽한 맞대결을 예고했다.


우선 국민의힘은 동작을에 원내대표 출신의 4선인 나경원 전 의원을 공천한 뒤 전날 공동선거대책위원장으로도 추대했다. 전국적 인지도가 높은 나 전 의원을 중심으로 한강벨트에 바람을 일으키겠다는 계획이다. 민주당은 나 전 의원에 맞서 류삼영 전 총경을 전략공천했다. 류 전 총경은 윤석열 정부의 경찰국 신설에 반대한 전국경찰서장회의(총경회의)를 주도했다가 사직했다.


마찬가지로 총경회의에 참석했다가 경정급 보직으로 좌천돼 사직한 이지은 전 총경도 정권 심판의 대표적 아이콘이다. 이 전 총경은 마포갑에서 조정훈 국민의힘 의원과 맞붙는다. 국민의힘 내에서는 조 의원이 중도적 색채가 강하고 방송에도 다수 출연해 대중적 인지도가 높다는 판단이다.


민주당이 중·성동갑에 전략공천한 전현희 전 국민권익위원장도 권익위 시절 현 정부로부터 탄압을 받았다는 이미지가 강하다. 또 맞상대인 윤희숙 전 의원이 의원직을 사퇴하게 한 국회의원 부동산 전수조사를 이끈 바 있어 ‘자객 공천’으로도 해석됐다. 반면 국민의힘은 재건축·재개발 수요가 높은 중·성동갑·을 지역에 경제통인 윤 전 의원과 이혜훈 전 의원을 각각 배치해 지역 현안을 책임질 적임자라는 점을 내세웠다. 이 전 의원과 윤 전 의원은 한국개발연구원(KDI) 출신 선후배 사이이기도 하다. 이 전 의원의 맞상대는 중·성동을 현역인 박성준 민주당 의원이다.


정치권에서는 유독 이번 총선에 굵직한 인물들이 한강벨트에 다수 포진했다는 평가다. 한강벨트는 용산을 제외한 12개 지역구 모두 민주당 의원이 현역이지만 비교적 중산층과 젊은 층 비율이 높아 특정 정당의 쏠림 현상이 짙지 않은 것이 특징이다. 국민의힘 입장에서는 서울의 다른 지역과 비교해 ‘해볼 만한 곳’이고 민주당 입장에서는 자칫 방심했다가는 승기를 내줄 수 있는 곳이라는 의미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선거 막판 정권 심판론에 불이 붙으면 여당에 큰 악재로 작용할 것”이라면서도 “한강벨트의 속성을 고려하면 인물 대결이 선거 판세를 좌우할 것”이라 진단했다.


국민의힘이 민주당에서 탈당한 김영주 의원을 영등포갑에 전략공천한 것도 이곳에서만 내리 3선을 한 김 의원의 인물 경쟁력을 높이 평가했기 때문이다. 민주당 역시 이곳에서 오랫동안 기반을 닦아온 채현일 전 영등포구청장을 김 의원의 맞상대로 배치했다.


대통령실이 위치한 용산에서는 5선에 도전하는 지역구 현역 권영세 전 통일부 장관과 강태웅 전 서울시 행정부시장의 리턴 매치가 벌어진다. 지난 21대 총선에서 권 의원은 강 전 부시장에 0.66%포인트(890표) 차이로 힘겹게 승리했다. 이는 서울 49개 선거구 가운데 가장 적은 표차였다.


지난 정부에서 가파르게 오른 부동산 가격도 주요 변수다. 전주혜 국민의힘 의원과 진선미 민주당 의원이 맞붙는 강동갑의 경우 명일동·고덕동·암사동 등 대단지 아파트 값이 상승하면서 보수세가 강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지난 대선 당시 한강벨트에 속한 6개 자치구(광진·성동·용산·동작·마포·강동구)는 모두 윤석열 대통령의 손을 들어줬다. ‘서울경제신문 총선 보도 자문단’인 이재묵 한국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지난 정권에서 이른바 ‘마용성(마포·용산·성동)’의 부동산 가격이 많이 오르면서 유권자들의 소득이나 계층에 큰 변동이 나타났다는 점도 포인트”라고 분석했다.


‘1%포인트’ 싸움이 중요한 서울에서 3자 구도로 선거가 이뤄지는 지역구도 주목할 만하다. 개혁신당의 허은아 전 의원(영등포갑)과 새로운미래의 전병헌 전 의원(동작갑), 장혜영 녹색정의당 의원(동작을) 등은 제3의 후보로 막판 선거 판세에 새로운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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