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전기차…피스커, 재무악화에 파산 절차

피스커, 로펌 등과 파산 신청 작업 검토
‘테슬라 대항마’ 리비안도 직원 감원 나서
대형 완성차 업체도 전기차 사업 속도 늦춰

피스커 오션


전기차 스타트업인 피스커가 재무 사정이 악화하며 파산 절차를 준비하고 있다. 미국 전기차 기업 테슬라가 “올해 성장률이 크게 낮아질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는 등 최근 전기차 성장세의 둔화 우려가 커진 가운데 업계에서 위기의 신호들이 잇따라 나오는 모습이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피스커가 파산 신청 가능성에 대비해 구조조정 고문을 고용했다”고 1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컨설팅 업체 및 로펌 등과 함께 파산 신청을 위한 작업을 진행 중이라는 게 WSJ 보도의 주요 내용이다. 현금 조달을 위해 투자자들과 협상도 함께 진행하고 있다. 이 같은 소식이 알려지자 피스커 주가는 시간외 거래에서 40% 넘게 급락했다.


피스커는 덴마크 출신 자동차 디자이너 헨리크 피스커가 설립한 전기차 스타트업이다. 창업자가 애스턴 마틴, BMW 등에서 프리미엄 스포츠카 제작에 참여해 명성을 얻었다. 특히 금융시장에서 ‘제 2의 테슬라’를 찾으려는 움직임이 활발하게 이뤄질 시기인 2020년 피스커는 미국 나스닥에 상장되면서 투자자들의 큰 주목을 끌었다.


하지만 전기차 시장이 예상보다 더딘 성장세를 보이면서 회사는 흔들리기 시작했다. 고금리 등으로 소비자들의 부담이 커지고 지원금이 줄어드는 등 정책적인 변화로 시장 성장 속도는 예상보다 못하다는 평가가 부쩍 늘었다. 이에 피스커와 같은 신생업체들의 경우 현금 흐름이 더 악화하면서 사업의 계속 영위 능력에 대한 의구심이 커졌다. 실제 피스커의 경우 지난해 매출은 2억 7300만 달러인데 채무는 약 10억 달러에 이른다.


특히 피스커는 위탁 생산 체제를 도입한 것이 화를 키웠다는 분석도 나온다. 피스커의 첫 모델인 스포츠유틸리티(SUV) ‘오션’은 마그나의 오스트리아 그라츠에서 만들어진다. 하지만 완성된 차량을 미국으로 인도하는 과정에서 비용 부담 등이 따르고 규제 승인 지연, 부품 문제, 경영진, 재무 부서의 이직 등이 악재들까지 겹쳤다.


시장 우려를 받는 전기차 업체는 피스커뿐만은 아니다. 한때 ‘테슬라 대항마’로 불리던 리비안도 올해 차량 생산량이 당초 목표치에 크게 미칠 것으로 예상하고 직원의 10%의 줄이겠다고 알렸다.


완성차 업체들도 사정은 매한가지인 모습이다. 최근 대형 완성차 업체들은 전기차로 사업 방향을 전환하려는 속도를 늦추고 있다. CNBC에 따르면 포드는 최근 전기차 생산으로의 전환을 서두르는 대신 하이브리드 차량 생산과 판매를 늘리는 데 집중하고 있다. 제너럴모터스(GM)도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 생산 계획을 밝히며 제품 다변화에 나서고 있으며 폭스바겐도 미국에 하이브리드 모델 출시를 검토 중이다. 마린 기아야 포드 최고운영책임자(COO)는 “전기차 시장은 여전히 성장하고 있지만 2021~2022년과 같은 성장 속도는 아니”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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