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락치기식 민생토론회에…분주한 공무원들[세종시 돋보기]

주2회 토론회에…당일 아침까지 안건 조율
참여 부처·장차관 참석 여부도 수시로 변동
안건엔 수년 전 발표된 지역 현안·정책 다수

윤석열 대통령이 14일 전남 무안군 전남도청에서 ‘미래산업과 문화로 힘차게 도약하는 전남’을 주제로 열린 스무 번째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올해 초부터 20차례에 걸쳐 민생토론회를 이어가고 있다. 4·10 총선이 가까워지면서 토론회가 1주에 2번꼴로 반복되자 세종 관가에서는 당일까지 안건이 확정되지 않는 등 ‘벼락치기식’ 업무가 계속되고 있다.


14일 오후 1시 전남 무안군 전남도청에서 열린 ‘미래산업과 문화로 힘차게 도약하는 전남’ 토론회는 당일 아침까지 관계부처의 안건 조율이 계속됐다. 토론회가 시작하기 불과 3시간 전까지도 어떤 내용이 들어가고 어떤 내용이 빠지는지 확정되지 않았던 것이다. 이날 오전 9시에 배포될 예정이던 보도자료는 안건 조율로 인해 오전 9시 40분께 배포됐다.


토론회 일정과 주제가 급박하게 정해지면서 세종 관가의 공무원들 사이에서는 “담당 과만 죽어나는 것”, “담당 과가 아니면 어떤 주제를 다루는지도 알지 못 한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주제에 대한 ‘심도 있는’ 토론과 고민도 찾아보기 힘들다. 수시로 참여 부처가 변동되는 일이 비일비재해 한 문제를 깊이있게 들여다보고 고민하는 게 애초에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공무원들 사이에서는 “우리 부처는 원래 참여하지 않기로 했는데 갑자기 포함됐다”거나 반대로 “우리 부처는 참여하기로 했다가 갑자기 빠지게 됐다”는 소식이 빈번하게 들려온다.


장차관의 일정도 민생토론회에 따라 변경되기 일쑤다. “장관님이 민생토론회에 참석하시게 돼 기존 일정을 취소해야 했는데, 다시 참석하지 않아도 된다고 해서 기존대로 일정을 진행하기로 했다”는 부처 관계자들의 뒷이야기가 속속 들려오고 있다.


지역에 맞춰 기존에 있던 정책들을 끌어모으다보니 ‘생생한 지역의 목소리’나 ‘민생 문제의 해결’과도 거리가 느껴진다. 수년간 이어진 지역 현안이나 이미 발표된 정책들이 대다수이기 때문이다.


11일 강원도에서 열린 민생토론회는 ‘춘천 기업혁신파크 선정’을 제외하곤 모두 각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추진해오던 정책이었다. 환경부의 국립공원 활성화, 지하수 저류댐 등은 모두 환경부의 연초 업무보고에 반영된 내용이었다. 수열에너지 클러스터는 2017년 9월 국토교통부의 투자선도지구 공모에 선정된 사안이다.


이날 열린 전남 토론회 안건도 기시감이 들기는 마찬가지였다. ‘영암~광주 초고속도로’는 2022년 제20대 대통령선거 지역공약에 담긴 내용이다. 토론회 이전인 올해 1월 이미 국회 예산심사 과정에서 연구용역비 3억 원이 반영돼 속도를 내고 있었다.


야권에서도 총선을 1개월여 앞둔 상황에서 전국을 돌며 토론회를 개최하는 것을 두고 총선 지원용이라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대통령실은 “선거운동과는 거리가 멀다”며 “지역 민심을 챙기기 위한 행보”라는 해명을 반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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