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파식적] 美 조선업 쇠락


2020년 미국 조선 업체들이 미 해군의 차세대 호위함 건조 사업자 입찰에서 대거 탈락하면서 큰 충격에 휩싸였다. 통상 보안 문제 등을 이유로 미국 조선소에 몰아줬던 군함 수주전에서 이탈리아의 국영 조선소 핀칸티에리에 밀려 쓴맛을 봤기 때문이다. 핀칸티에리는 록히드마틴 등 미국 업체 3곳을 제치고 호위함 수주 계약을 따냈다. 미 해군이 자국 조선소를 배제하기로 결정한 것은 가격과 품질 모든 면에서 해외 경쟁사에 뒤처졌기 때문이다.


미국은 1975년까지만 해도 연간 70척 이상의 상선을 만들어 세계 생산능력 선두 자리를 지켰다. 미국 조선업은 20세기 초 당시 시어도어 루스벨트 대통령의 ‘대백색함대’ 계획에 따라 군함과 상선을 찍어내듯 생산하는 물량전을 주도했다. 하지만 지금은 전 세계 상선 생산 점유율이 1%로 쪼그라들면서 세계 19위로 밀려났다. 2016년에는 미 조선소에서 설계한 최신형 연안 전투함이 잦은 엔진 고장과 선박 균열로 10여 년 만에 조기 퇴역해 품질 논란을 빚었다. 미국에서 현재 가동되는 뉴포트뉴스 등 7곳의 함정 조선소는 설비 노후화와 인건비 부담에 시달리고 있다. 이에 조선업 몰락이 안보 위기를 낳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 조선업은 1980년대 들어 시장 경쟁을 중시했던 로널드 레이건 정부의 보조금 축소 조치 이후 급격한 사양길로 접어들었다. 미국 해안에 정박하는 선박은 미국에서 만들어져야 한다는 ‘해상전략물자법’도 조선업의 쇠락을 부추겼다. 조선소들은 자국 해군과 해안경비대가 발주하는 특수선 사업에 안주하는 바람에 경쟁력을 상실하고 말았다. 국가 안보를 위해 만들어진 규제가 외려 미국 조선업을 ‘우물 안 개구리’ 신세로 만든 셈이다.


전미철강노조 등 미국의 5개 노조가 최근 조 바이든 행정부에 조선·해양·물류 분야에서 이뤄지는 중국의 불합리하고 차별적인 관행을 조사해달라고 요청했다. 노조 측은 미국 조선업의 부활을 지원하기 위한 별도의 기금 조성과 미국산 상선 수요 창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우리도 중국에 맞서 K조선의 경쟁력을 지키려면 초격차 기술을 확보할 수 있도록 파격적인 금융·세제 지원과 규제 혁파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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