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래 기계단지에 AI 품은 첨단밸리 조성"

■[기초단체장이 뛴다-최호권 영등포구청장]
문래 철공소 1300여곳 존립 위기
통이전 후 미래산업 메카로 키워야
예술의 전당·창작촌 지원 확대도
직주근접·문화 도시로 도약 목표



최호권 영등포구청장이 문래동 기계금속단지 내 한 철공소를 방문해 살펴보고 있다. 사진제공=영등포구청

“우리 제조업의 뿌리 역할을 해 온 문래동을 첨단 스마트산업과 예술의 메카로 탈바꿈시켜 새로운 영등포 시대를 열겠습니다. 이렇게 되면 영등포가 제2의 한강의 기적을 일구는 산실이 될 수 있습니다.”


12일 철공소들이 끝없이 늘어선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에서 만난 최호권 영등포구청장은 우리나라 전통 제조업의 산실이자 뿌리 산업의 원천지였던 문래 기계금속단지가 존립의 위기에 처해 있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 곳 기계금속단지에는 약 1300곳의 철공소가 오밀조밀 자리하고 있습니다. 설계도만 있으면 탱크도 만들어내는 최고의 기술력을 자랑하지만, 치솟는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해 오도가도 못하는 신세입니다.”


최 구청장은 한 철공소의 녹슨 기계를 가리키며 “이 곳 철공소들은 높은 임대료 탓에 재투자는 커녕 직원도 구하지 못할 정도로 어려워 이전하기를 원하지만 가공부터 조립까지 서로 생태계가 얽혀 있어 나홀로 이전은 불가능하다”며 “수도권에 값싼 대체 부지를 찾아 통으로 이전한 뒤 다시 경쟁력을 찾도록 정부가 지원해야 한다”고 했다. 현재 문래동 철공소의 90%는 임대 공장으로 ‘내공장 갖기’가 철공소 주인들의 꿈인 만큼 구의 이전계획에 대부분 찬성하고 있다고도 했다. 영등포구는 문래동 기계금속 집적지 이전을 위한 용역을 진행 중이다.


최 구청장은 철공소들이 이전한 부지에 첨단 스마트밸리를 조성하는 방안을 구상하고 있다. AI 과학고· 카이스트 서울캠퍼스 같은 교육기관과 첨단산업 스타트업을 유치해 문래동을 4차 산업의 메카로 육성하겠다는 것이다. 여기에 영등포 예술의 전당 건립, 문화학교 이전, 문래예술 창작촌 지원 확대 등을 통해 문화적 매력까지 갖춘 도심으로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최 구청장은 △낙후된 준 공업지역을 미래 첨단 산업 집적지로 전환하는 서남권 대개조 △철도 지하화 특별법 통과에 따른 대방역~신도림역 구간(3.4㎞) 지하화 △준공업지역 용적률 250→400%로 완화 등 정부와 서울시가 추진 중인 정책들을 거론하며 “이들이 현실화되면 서울 최대 준공업 지역인 영등포본동·영등포동·당산동·도림동·문래동·양평동 등이 직주 근접의 첨단 일자리 도시로 거듭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영등포는 구 전체 면적의 20%가 준공업지역이어서 서남권 대개조의 최대 수혜지일뿐 아니라 용적률이 완화될 경우 정체돼 있는 노후 아파트 재건축도 활성화될 수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또 대방역~신도림역 지하화는 철도로 인해 남북으로 분리된 영등포를 통합시키고 미래 산업단지와 녹지 등을 조성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한다. 최 구청장은 “철도지하화와 준공업지역 규제 완화는 영등포가 제조업 중심에서 미래 4차 산업의 중심으로 도약하는 신호탄”이라며 “여기에 문래동 철공소 이전을 연계하면 시너지 효과가 발생하면서 영등포의 지도가 확 바뀔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는 “인접한 구로공단이 외환위기 이후 최첨단 디지털단지로 발전하는 동안 문래동 등 영등포 준공업지역은 임대료 상승, 시설 노후 등으로 고사위기에 내몰렸다”며 “낡고 오래된 이미지를 벗고 젊은(Young) 영등포를 만들기 위해 지금 당장 성과를 내고 업적을 남기기보다 미래를 위한 씨앗을 뿌리는 구청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호권 영등포구청장이 문래동 기계금속단지 내 골목에 오랜기간 방치된 기계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제공=영등포구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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