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엔 환경공무관, 경기날에만 심판…K리그 심판이 투잡뛰는 이유[서재원의 축덕축톡]

■수년째 동결…한없이 짠 수당
1부리그 주심 연봉 4800만원 선
2부는 풀배정 받아도 1980만원
심판 활동으론 부족…겸직 필수돼
억대로 받는 英·스페인 등과 대조



프로축구 심판들. 사진 제공=프로축구연맹

프로축구 K리그를 누비는 심판들 대부분이 투잡을 뛰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 이들이 얼마나 될까. 위르겐 클린스만(독일) 전 한국 축구 대표팀 감독이 방송 활동 등을 하며 본업에 소홀한 일이 있었지만 심판들은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른 직업에 종사하고 있다. 그들에게는 오히려 심판직이 부업인 셈이다.


독일 프로축구 바이에른 뮌헨에서 활약 중인 국가대표 수비수 김민재를 빼닮아 화제가 된 정동식(44) 심판도 주업이 따로 있다. 서울 서초구 환경공무관(환경미화원)으로, 매일 오토바이를 타고 서초구 일대를 청소하는 게 그의 일이다. 구청 업무가 끝나면 퀵서비스 일을 한다.


K리그1 주심의 한 경기 수당은 200만 원. 누군가는 한 경기 200만 원을 받는 심판을 두고 ‘신의 직장’이라고 말하겠지만 정작 심판들은 ‘신이 버린 직업’이라고 표현한다. 매 경기 주심으로 뛸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주심 배정 다음 라운드에는 대기심 또는 비디오판독(VAR) 심판으로 투입돼야 하는데 이때 수당은 50만~60만 원이다. 파이널 라운드를 포함해 38라운드로 진행되는 K리그1 주심의 연봉을 계산하면 세전 약 4800만 원이다. 40대 가장에게는 가족을 먹여 살리기에 충분치 않은 금액이다.


55만 원의 수당을 받는 K리그2(2부) 부심은 한 시즌 36라운드 풀 배정을 받아도 세전 연봉이 1980만 원밖에 되지 않는다. 평일에는 사무직으로 일하고 경기 날에는 심판으로 뛰는 K리그2 부심 A 씨는 “심판이 투잡을 뛴다고 팬들에게 욕먹을 때 정말 속상했다. 우리도 심판만 하면서 생활할 수 있다면 정말 좋겠다”고 하소연했다.


게다가 프로 심판 타이틀을 달기까지는 최소 10년, 평균 15년의 시간이 걸린다. 선수 출신은 3급(일반인은 5급)부터 시작해 1급까지 올라야 자격을 얻을 수 있고 이후에도 대학 경기 등을 소화하면서 좋은 평가를 받아야 K4리그(4부) 경기를 관장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K4리그 부심의 수당은 16만 5000원. K리그 심판을 꿈꾸는 이들에게는 투잡·스리잡이 선택 아닌 필수일 수밖에 없다.


영국 매체 기브미스포츠에 따르면 잉글랜드프리미어리그(EPL) 심판의 평균 연봉은 11만 유로(약 1억 6000만 원)다. 독일 분데스리가는 12만 5000유로(약 1억 8000만 원), 스페인 프리메라리가는 무려 25만 유로(약 3억 6000만 원)다. 최고의 리그답게 심판이 오로지 심판 활동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구축돼 있다고 볼 수 있다.


상황이 이런데도 K리그의 심판 수당은 수년째 동결이다. 대한축구협회(KFA)는 지난해 11월 이사회를 통해 심판 수당 인상안을 논의했고 전문 축구 각급 리그 및 전국 대회, KFA 동호인 전국 대회 및 페스티벌의 심판 수당 20% 인상을 결정했다. 하지만 K리그만 적용 대회에서 제외됐다. 프로 심판의 수당을 지급하는 프로축구연맹에서 20% 인상안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한국프로축구심판협의회는 올 시즌을 앞두고도 KFA 심판운영팀에 K리그 심판들의 수당 인상을 연맹에 건의해줄 것을 요구했으나 인상 폭에 대한 의견 차가 좁혀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심판협의회는 연맹의 인상안 거부에 개막전을 앞두고 아마추어 경기를 배정받겠다는 의사를 내기도 했지만 팬들과 선수들에게 피해가 되는 것을 우려해 우선 3라운드까지 일정은 정상적으로 소화하기로 했다. 양측은 이달 25일 이전에 다시 한번 협상 테이블에 앉는다.


/서재원 기자 jwse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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