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1위 기업인 대만 TSMC의 해외 공장 건설 계획이 국가별로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칩 르네상스’를 외치는 일본에서 정부의 전폭적 지지와 함께 프로젝트가 순조롭게 진행되는 반면 미국의 상황은 크게 진척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4일(현지시간) TSMC의 일본 공장 건설과 미국 공장 건설이 크게 차이를 보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는 첨단기술 투자에 대한 각 국가 정부의 접근 방식을 보여준다는 해석이다.
보도에 따르면 일본 규슈 구마모토현 양배추밭 한가운데 축구장 40개 크기에 해당하는 부지에 약 2년 만에 86억 달러 규모의 반도체 공장이 들어섰다. 반도체 제조 허브의 부활을 꿈꾸는 일본 정부는 TSMC에 30억 달러 이상의 보조금을 제공했다. 공장 건설을 위한 수천 명의 노동자를 구하는 데도 정부 지원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진다. 지난달 준공식이 열린 이 공장에서는 계획대로 올해 양산을 시작한다.
이에 반해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에 건설 중인 공장은 큰 차이를 보인다. 미국 정부는 정확한 자금 지원 약속을 하지 않아 보조금 지원이 밀리고 있다. 지나 러몬도 미국 상무장관은 TSMC 등 첨단 반도체 제조업체들에 약 280억 달러를 지원할 수 있지만 700억달러 이상의 요청을 받았다고 언급했다.
대만 기술자들을 데려오는 과정에서도 큰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알려진다. 미국 현지 노조 단체들의 반발이 나오면서다. 이에 지난 12월이 돼서야 현지인 채용에 집중하는 가운데 전문 외국인을 데려올 수 있도록 합의가 됐다. 이 때문에 공장은 당초 계획과 달리 올해가 아닌 내년에 열기로 했으며 두 번째 공장도 2027년 혹은 그 이후로 연기됐다.
일각에서는 같은 잣대로 두 프로젝트를 비교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한다. 미국 공장이 규모가 더 크고 첨단 반도체를 위한 생산시설로 지어질 예정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첨단 투자 프로젝트 진행과 관련한 양국 정부의 경험과 자금조달의 차이를 보여주고 있다고 WSJ은 분석했다. 일본은 소니의 도움을 받아 TSMC를 설득하고 자국으로 공장을 유치했고 이후 속도전이 펼쳐졌다. 공사가 가장 활발 때는 약 6500명의 노동자가 일본 남부의 작은 마을에 내려와 24시간 내내 일했다. 구마모토현 지사인 가바시마 이쿠오는 “일본 전역의 모든 건설 크레인이 이곳에 모여있는 것처럼 느꼈다”고 말했다. 미국 피닉스의 경우 수천 명의 노동자가 총 400억 달러 투자되는 반도체 공장 건설에 투입되지만 숙련 인력 부족과 건설비 상승, 노동조합과 갈등 등으로 공사가 지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