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에 200만 원을 저축한다 해도 5년을 모아야 겨우 1억 원이 넘는데 이렇게 해서는 절대 내 집 마련의 꿈을 실현할 수 없을 것 같아 투자를 결심했어요. 투자 시점이 조금 늦기는 했지만 (비트코인 가격이) 1억 5000만 원을 넘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아 크게 걱정은 하지 않아요.”
비트코인이 ‘꿈의 1억 원’을 돌파하자 2021년 이후로 코인 시장을 떠났던 MZ 세대가 다시 복귀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비트코인 가격이 더 오를 것으로 전망하고 대출까지 끌어와 투자하는 ‘영끌’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30대 직장인 김 모 씨는 최근 비트코인 가격이 1억 원을 넘자 저축해둔 5000만 원으로 투자를 시작했다. 그는 “3개월 전부터 투자를 할까 말까 고민하다 결국 더 늦기 전에 비트코인을 사둬야겠다는 생각에 투자에 나섰다”며 “우리 같은 ‘개미’는 월급만으로 집을 살 수 없는 세상인데 기회가 오면 뛰어들어야 하지 않겠나”라고 밝혔다.
비트코인은 13일 1억 200만 원을 돌파하며 ‘꿈의 1억 원’대에 진입하는 데 성공했다. 이어 14일에는 하루 만에 200만여 원이 오른 1억 400만 원까지 치솟기도 했다. 전 세계 가상자산거래소별 거래량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업체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14일 오후 5시 기준 비트코인은 7만 3797.97달러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는 역대 최고 수준이다. 비트코인은 2021년 ‘불장’ 당시 8270만 원을 기록하며 호황기를 맞이했지만 이듬해 5월 테라폼랩스의 가상자산인 테라·루나가 폭락하며 2000만 원대까지 폭락했다. 이후 등락을 거듭하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현재까지 기록적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상승세가 가팔라지자 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해 투자한다는 ‘영끌’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14일 국내 5대 가상자산거래소인 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고팍스의 24시간 총거래 대금은 약 12조 2200억 원으로 같은 날 코스닥의 거래 대금 10조 4467억 원을 웃돌았다. 한 달여 뒤에 올 반감기와 금리 인하까지 겹치면 거래 금액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MZ’로 분류되는 2030 세대들의 투자 열풍이 두드러지고 있다. 가상자산거래소 ‘코빗’에 따르면 13일 기준 코빗 전체 투자자 중 20대와 30대가 차지하는 비중은 절반에 가까운 47.44%였다. 투자 규모도 커지고 있다. 특히 지난해 10월까지만 해도 전체의 4.81%에 불과했던 20대의 거래량 비중은 불과 5개월 만에 3배가량 증가한 12.42%로 치솟았다.
2030 세대의 비트코인 투자 열풍의 이유로 온라인상에 잇따라 올라오는 ‘투자 성공 인증글’이 지목되고 있다. 상대적 박탈감을 불러 일으켜 투자를 부추기고 있다는 것이다. 일례로 13일 한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에는 ‘압구정 현대 오늘 바로 사러 갑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직업이 공무원으로 표기된 작성자는 20억 원에 매수한 비트코인의 가치가 35억 2000만 원까지 치솟았다는 내용이 포함된 사진을 게재하기도 했다. 이에 2030 세대 직장인들 사이에서는 ‘비트코인을 보유하지 않으면 손해를 보는 것 같다’는 호소도 나오고 있다.
투자자들은 앞으로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한 가상자산거래소 관계자는 “10월부터 이용자 수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지만 특히 올해 2월에서 3월 사이에 비트코인 가격이 큰 폭으로 상승하면서 유입되는 투자자들이 두드러지게 늘어났다”며 “2021년 이후로 휴면 상태였던 2030세대는 복귀하고 있고 비트코인 투자에 보수적인 성향이었던 4050세대는 신규 가입을 하고 있는 추세”라고 밝혔다.
그는 “비트코인이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승인되면서 하나의 투자처로 자리 잡은 데다 4월에 비트코인 반감기가 도래하는 등 거래 환경이 좋아지고 있다”며 “하반기에는 미국을 중심으로 금리 인하 기대감이 있고 미국 대선 과정에서 후보들의 가상자산과 친화적인 발언이 기대되는 등 호재가 남아 있어 향후 투자자들은 더욱 많이 몰릴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무리한 ‘영끌’ 투자는 주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가상자산 리서치 업체 ‘블리츠랩스’의 김동환 이사는 “2021년 가상자산 ‘불장’ 때는 아무 가상자산을 사도 오르는 상황이 벌어졌었지만 현재는 한정된 가상자산만 상승하는 등 시장의 양상이 과거와는 사뭇 다르다”며 “알트코인의 경우 특별한 이유가 없으면 비트코인을 따라 움직이는데 현재는 비트코인 가격이 떨어질 때 알트코인이 떨어지는 폭이 과거보다 훨씬 크기 때문에 비트코인 가격이 앞으로도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지만, 종목 선택을 신중히 하는 등 투자에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