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A입국장 앞에는 푸른색과 흰색 옷을 입은 인파가 몰려 있었다. 노란색 통제선 앞 곳곳에는 ‘WELCOME(환영)’이라고 적힌 현수막이나 포스터들이 걸려 있었다.
이들이 기다리고 있는 것은 미국 메이저리그(MLB) 인기 팀 로스앤젤레스(LA) 다저스의 선수단이었다. 이달 20·21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의 MLB 개막 2연전을 치르기 위해 우리나라로 들어오는 LA 다저스 선수단을 보기 위해 팬들은 이날 오전부터 인천공항에 장사진을 치고 있었다.
팬들의 관심은 단연 ‘야구 천재’ ‘7억 달러의 사나이’로 불리는 오타니 쇼헤이(30·일본) 선수에게 쏠렸다. 팬들의 손에는 ‘GOATANI(역대 최고라는 뜻의 GOAT와 오타니를 더한 말) GO’라고 적힌 피켓이 들려 있었다. ‘사인 해주세요’ ‘하이파이브 부탁드립니다’라는 내용의 일본어 문구가 적힌 피켓도 보였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일본에서 오타니를 보기 위해 온 팬들도 초조하게 입국장 문을 바라보고 있었다.
기다림 끝에 문이 열리고 오타니가 모습을 드러내자 입국장은 순식간에 열광의 도가니가 됐다. 팬들은 연신 휴대폰 카메라의 셔터를 눌러대고 종이와 유니폼에 사인을 해달라며 펜을 흔들기도 했다.
오타니는 팬들의 기다림에 화답하듯이 손을 들어 보였다. 오타니의 뒤에는 한국행 전세기에 탑승하기 전 자신의 소셜미디어를 통해 공개한 키 180㎝의 농구 선수 출신 아내 다나카 마미코(28) 씨가 활짝 웃으며 걸어 들어왔다. 뒤를 이어 다른 선수들도 속속 모습을 드러냈다.
다만 만남은 짧았다. 선수단은 안전상의 문제로 사인이나 사진 촬영 등 별도의 팬 서비스를 진행하지 않고 바로 입국장을 빠져나가 버스에 탑승했다. 팬들은 아쉬운 마음을 뒤로한 채 선수단이 탑승한 버스에 작별 인사를 건넸다.
이날 오전부터 오타니를 보기 위해 인천공항에서 기다렸다는 김수지(29·가명) 씨는 “평소에 외모와 인성·실력을 다 갖춘 오타니 선수를 좋아하고 있어 직접 보기 위해 인천공항으로 왔다”며 “짧은 만남이라 아쉬웠지만 한국에서 개막전을 치르는 만큼 다치지 않고 시즌을 시작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번 서울 경기는 MLB 해외 시리즈 사상 역대급 흥행 시리즈로 기록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샌디에이고와 다저스 간 개막 2연전 외에 다저스-키움 히어로즈, 샌디에이고-한국 대표팀, 샌디에이고-LG 트윈스, 다저스-한국 대표팀 경기까지 총 6경기로 다양한 관전 포인트를 준비했기 때문이다.
서울 시리즈가 더 특별한 것은 ‘다저스맨’ 오타니의 공식 경기 첫 출전이기 때문이다. 오타니는 지난해 말 다저스와 10년, 7억 달러(약 9300억 원)의 프로스포츠 사상 최고액 계약에 사인했다. 미야모토 가츠히로 간사이대 교수의 분석에 따르면 지난 한 해 오타니 한 명이 유발한 경제 효과가 3억 4200만 달러(약 4500억 원)에 이른다.
1만 6700여 석 규모인 서울 고척스카이돔의 6경기 표는 일찌감치 마감돼 나흘간 총 10만 명 이상의 방문이 예상되고 일본 최대 여행사인 JTB가 600만 원대에 내놓은 3박 4일 패키지 여행 상품은 ‘오타니 효과’에 구매 경쟁률이 200대1에 달했다. 한국 방문 기간 서울 여의도의 한 호텔에 머무는 오타니는 16일 기자회견을 거쳐 17일 KBO리그 키움과의 연습 경기부터 출전할 예정이다.
이번 서울 시리즈 해설을 맡은 메이저리거 출신의 김선우 해설위원은 “오타니는 투타겸업 등 누구도 가지 않은 길을 걸어가면서 100여 년 전의 전설 베이브 루스와 비교되는 우리 시대의 전설”이라며 “어릴 적부터 성공의 작은 습관들을 축적하고 예의와 배려·감사까지 실천해온 계획적 삶이 그를 최고의 자리로 안내했다. 또 최고이면서도 예전과 다름없이 소탈한 자세를 잃지 않는 모습에 야구를 모르는 사람들까지 좋아하고 응원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스포츠 중계 시장에서 광폭 행보를 보이고 있는 쿠팡플레이는 이번 서울 시리즈 기획과 중계로 입지를 더욱 공고히 다지게 됐다. 다음 주 있을 월드컵 축구 2차 예선 태국전도 쿠팡와우 회원이어야 볼 수 있는 쿠팡플레이가 중계한다.